[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4월 28일은 공동주택관리사의 날이다. 공동주택관리사를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지만 태어난지 23년이나 됐다.
주택관리사제도 도입 23주년을 기념하는 정책 토론회가 지난 24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민주통합당 주승용 의원(국토교통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이 주관한 행사로 공동주택관리제도의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토론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공동주택관리사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을 말한다. 정부는 공인시험을 통해 공동주택관리사를 선발하고 있으며 2003년 공포된 주택법에 관리사무소장의 업무 영역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동주택관리사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관리비를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입주민 간 소통이 활발한 일부 신축, 대규모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공동주택관리사와 입주민들 간 활발한 교류도 이뤄지기 힘든 실정이다.
때문에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는 공동주택관리사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활발이 개진됐다. 층간소음, 범죄 예방 설계 등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만큼 주택관리사의 업무영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주택관리사의 처우개선과 전문성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주택산업이 '신규공급'에서 '관리·장수명화'로 전환되고 있는 현 시점이야말로 주택관리사 제도의 체계화·선진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를 주최한 주승용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공동주택이 갈수록 고층화, 첨단화되고 있어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가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국회 차원에서 토론회 결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열악한 근무환경..처우개선, 사기진작 시급
공동주택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서는 우선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박정주 안전행전부 생활안전과장은 "주택관리사는 입주자 안전을 담당하는 보호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보호자들이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처우개선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공동주택 관리자는 사망재해 3대 다발업종 중 하나로, 관리 현장에서는 매년 4000여명이 근무 중 부상을 당하고 있다. 이 중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비중이 57%로 가장 높다. 주민들의 민원을 급하게 해결하느라,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공동주택 안전 범위 넓어져야"
발제를 맡은 김정인 한국주택관리연구소 연구원은 공동주택의 안전 범위가 가정 내 생활안전으로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1인가구, 고령가구가 증가하는 사회적 추세에 따라 생활안전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커뮤니티 시설 등 인프라를 갖춘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는 주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센터보다 적극적인 안전관리를 할 수 있다"며 "관리자는 철저한 안전점검뿐만 아니라 가정 내 사고 방지를 위한 홍보·교육 활동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주택 관리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공동주택 관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공동 시설물을 보수하는 수준에 그쳤던 관리 영역에서 벗어나 공동주택 관리의 개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갑열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드웨어적 관리, 물리적 관리도 중요하지만 주민 공동체 활성화 등 '소프트웨어'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주민 삶이 높아지면 아파트의 가치도 높아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주민들이 4.1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주민 설명회를 여는 것도 관리자의 역할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층간소음 등 주민 간 갈등을 조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