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한광범기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이름에는 '법과 질서가 바로서는 정의로운 세상'이란 뜻이 담겨 있다. 유난히 옳고 그름을 잘 따지고 정의로운 것을 좋아했던 그가 판사가 된 것도 그 의미와 무관치 않다.
"판사는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어요. 자라면서 많은 영향을 받은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판사가 되기로 결심했었지요."
박 의원이 어려서부터 천직으로 여겼던 판사 일을 그만두고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도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2002년 대선 당시 판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노무현 후보의 정통성을 흔드는 일이 벌어졌어요.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에 법원에 사표를 내고 노무현 법률특보로 간 것이 정치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그는 참여정부 인수위원과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에 참여하게 됐다.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마찬가지로 그의 정치적인 목표 역시 정의로운 세상이다.
"힘이 많고 적은 사람들, 많이 배우고 못배운 이들, 돈이 많고 적은 사람들 간의 격차가 너무 크고 그것이 사회불안과 국가통합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세우고 약자이더라도 열심히 경쟁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박 의원이 국회에 들어와서 느낀 것은 현실 정치의 벽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에 대해 정파를 중심으로 생각하다보니 큰 벽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수결의 원리만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야당이 내놓은 법안 처리도 어느 정도 동참해주는 양보의 정신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일부라도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우리나라도 양보의 정치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게 박 의원의 생각이다.
지난 1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때로는 지치고 힘들기도 했지만 노력끝에 이뤄낸 성과는 큰 보람으로 느껴진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을 대표발의해서 상당부분 의혹을 해소한 것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검찰개혁 공약이 여야 합의로 6월중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나름대로 자랑스럽습니다."
박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개헌과 관련,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임 대통령제와 제왕적 권력구조를 재검토할 때가 됐어요. 하지만 사회경쟁 조건의 발전에 걸맞은 기본권 조항 역시 손봐야 합니다. 개헌논의는 대통령 임기 중후반으로 갈수록 정략적 차원으로 바뀌기 때문에 큰 선거가 없는 올해 안에 어느정도 국민적 합의를 이루면 개헌이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