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과거 위장결혼으로 위법하게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이라도 현재 가정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면 귀화요건을 충족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2부(재판장 윤인성)는 중국인 조모씨(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귀화불허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한국에 입국해 배우자와 가정을 이뤄 가족들과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며 "원고는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적 없고, 현재 대한민국 법질서를 존중하며 평온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가 법질서를 과거에 어지럽히고, 범죄사실 자체가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는 이유로 '범죄전력'을 들어 귀화를 불허한 것이 적절한 조치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품행이 단정할 것'이란 귀화 요건과 관련해 원고의 범죄경력이 원고를 우리 국가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품행이 단정할 것'이란 요건은 개념상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어느 정도의 범죄가 불허 대상인지, 범죄경력은 언제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제대로 알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한 법적 처분은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침해할 수 있고, 귀화 허가 심사행위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등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만약 원고가 아직도 혼인을 가장하는 상황이라면 관련 증거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적 취득을 허락하지 않아 원고와 가족들의 법적 지위를 더 이상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2004년 10월 한국인 장모씨와 혼인하고 이듬해 1월 한국에 입국했다.
조씨는 2007년 3월 귀화허가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2009년 7월 조씨의 '범죄경력'을 이유로 거부했다.
조씨가 한국에 입국할 당시 혼인신고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돼 2009년 의정부지법에서 벌금 150만원의 선고유예형을 받은 전력 때문이었다.
다만 당시 재판부는 "피고가 혼인신고 당시에는 혼인을 가장할 의사가 있었지만, 실제로 한국에 입국한 뒤 계속해서 배우자와 동거하며 혼인생활을 이어오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조씨는 2010년 8월 다시 법무부에 귀화허가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