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경기부양 기조를 재확인하고 역내 은행 간 세금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이 긴축기조를 매듭짓고 성장 중심의 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부양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역내 은행 간 정보를 공유해 기업의 탈세행위를 바로잡는 방안도 이번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브뤼셀에 모여 경기침체 타개책을 비롯한 각종 경제 현안을 다룬다고 전했다.
◇EU 경기부양, 안팎에서 지지 여론 커져
이번 EU 정상회담에서는 재무장관 회의 때 활발하게 논의됐던 경기부양 방안이 재부각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긴축재정을 통해 경기회복을 꾀했던 유럽국들 사이에서 이제는 성장정책이 필요할 때라는 공감대가 커진 가운데 유럽 안팎에서 성장을 지지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세계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의 후임자인 마크 카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는 "유럽이 일본처럼 강력한 통화완화 조치를 발표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나섰다. 전일 IMF는 “폴란드 등 유럽 중앙에 있는 국가들은 이제 긴축 모드를 종료하고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장보다 긴축을 선호하는 독일에서도 유럽이 이제는 성장에 초점을 맞출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의 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긴축정책이 유로존 경제를 병약하게 만들고 있다"며 "유로존 지도자들은 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도 유로존 경기침체는 긴축의 부작용이라고 꼬집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업체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영국과 유로존의 부채 감축 정책이 경제 회복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빌 그로스는 "영국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단기적인 재정긴축을 실질 성장률 창출 방법으로 믿었던 건 잘못된 것"이라며 "돈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은행정보 공유..구체화
세수를 확대하기 위해 역내 은행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각 회원국에서 벌어지는 기업 탈세 규모가 연간 1조28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EU 연간 예산의 7배다.
지난주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 은행 정보 공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의 반대로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보공유 반대국들이 타협의 여지를 보이고 있어 이번 정상 회의를 통해 역내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은행 정보 공유 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연합 당국자는 "시행기간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놓으면 EU 각국은 은행 정보 공유 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룩셈부르크와 오스트리아가 EU의 기업 탈세 행위를 근절하는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서 비롯됐다.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오스트리아도 이번 EU 회의에서 탈세와 싸우자는 EU 다른 국가들을 지지할 것"이라며 "세금이 빠져나가는 곳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마리아 팩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국가의 기밀을 보호하는 오스트리아 법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은행 자동 정보 공유안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 탈세 방지에 대한 유럽 시민들의 관심이 커진 점, 기업 스스로도 정보 공유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다는 조사도 나와 재계에서도 은행 정보 공유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그랜트 소튼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17개 유로존 국가 내 75%의 기업들은 법인세가 증가한다 해도 정부가 기업의 세금 정보를 규제해 것에 찬성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 세계의 68%, 북아메리카 54% 보다 높은 수치다.
프란체스카 라거베르그 그랜트 소튼 인터내셔널 세금 전문가는 "아마존과 구글 스타벅스의 조세제도에 회피 사건이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조세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기업들도 세금 납부 투명성이 강화되길 바라고 있다"
◇"에너지 경쟁력 재고 해야"..경쟁력 떨저질 우려
에너지 정책도 다뤄질 예정이다.
지난주 헤르만 판 롬파워 유럽연합 상임의장은 "미국과 중국에 보조를 맞추려면 유럽은 에너지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도 개발하고 어떻게 에너지 분야에 국외 투자를 끌어들여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이 수압파쇄기법과 수평시추기법을 개발해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생산, 싼값에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이 우려 섞인 발언이 나온 것이다.
전기료도 유럽이 주요국보다 비싼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산업용 전기료는 미국과 일본보다 각각 37%, 20% 정도 비싸다.
산업용 전기료가 비싸면 기업이 유럽 땅에서 생산설비를 짓는데 부담을 느끼고 이는 EU의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책을 마련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