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남양유업(003920)이 단체교섭을 열고 본사와 대리점협의회가 대화를 진행 중인 가운데 새로운 대리점 단체가 등장하면서 또 다른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섭에서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오는 24일 진행하기로 예정됐던 2차 단체교섭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남양유업 현직 점주 1000여명으로 구성된 전국대리점협의회가 결성돼 이번 사태로 떨어진 매출을 올리기 위한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병열 대리점협의회 총무는 "최근 막말 파문으로 매출이 하락해 대리점의 생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특히 전국 450여개의 방문판매 대리점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전부터 있었던 본사의 관행으로 똑같이 피해를 봐 기존 협의회의 입장에 동의했었다"면서 "하지만 현재 판촉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현직 점주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협의회는 본사에 대한 별도의 요구사항 없이 매출 회복을 위한 대국민 홍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우선 폭언 음성파일 파문 이후 피해 상황을 알리는 호소문 형태의 현수막을 제작해 다음주 중 전국 대리점에 배포할 예정이다.
반면 기존에 모임을 구성하고 있던 대리점협의회는 새 단체의 활동에 본사가 개입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승훈 기존 협의회 총무는 "처음 전국 대리점을 대변해 불공정거래에 맞서 싸웠고 모든 대리점주가 격려와 용기를 줬다"며 "하지만 본사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각 지점장이 상생협회를 만들었고 우리를 응원했던 대리점이 스스로 어용 단체임을 고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체의 이름도 똑같이 만들어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있다"며 "본사에서 새 협의회에 가입할 것을 요구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고 관련 녹취록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협의회는 본사에서 대화를 시도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2차 단체교섭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차 교섭에서 협의회가 요구안을 전달하는데 그친 것에서 합의를 위한 방안을 도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제품 강매와 무리한 판매목표 부과 금지, 발주 전산시스템 개선, 그동안 대리점 피해 변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리점 운영이 어렵다 보니 점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것뿐 본사 측의 움직임은 없었다"며 "교섭을 이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 점주들을 비롯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소속 변호사들이 단체교섭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해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