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경기침체와 더불어 영업규제까지 이어지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카드사들은 생존을 위한 먹거리 경쟁에 나섰다.
카드 결제가 민간소비지출 비중의 70%에 육박, '준화폐'로 자리잡으면서 카드사들은 결제를 통한 다양한 부대사업에 진출해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생존 자체가 위협 당하고 있는 카드사에게 부대업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업인 셈이다.
◇배고픈 카드사, 부대사업 경쟁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들이 부대업무로 거둬들인 매출은 2조9078억원(겸영·전업사 21개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6년전인 2006년(1조185억원)과 비교했을때 3배 가량, 2009년(1조4018억원) 보다는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카드사들이 부대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개정된 여신금융전문업법 개정 등 감독규제 강화로 경영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A카드사 관계자는 "수익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부대사업은 생존을 위한 필수 사업"이라며 "카드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부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가 진출하고 있는 부대사업 영역은 보험대리, 여행알선, 통신판매 등으로, 관련 업체와 제휴를 맺고 중개해주는 방식이다.
부대사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비스도 차별화된 모습이다.
보험, 여행 상품 등 일반적인 대리판매를 벗어나 가전제품 렌탈, 꽃배달, 농산물 판매 등으로 영역을 세분화하며 넓혀가고 있다. 카드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카드가 준화폐로 자리잡은 결과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민간소비지출 가운데 카드이용액은 66.3%에 달했다.
B카드사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카드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카드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대리판매하고 있다"며 "부대사업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서비스도 차별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먹거리 찾아야
하지만 카드사에게 부대사업은 생존 전략 중 일부일 뿐 돌파구는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대부분 카드사가 부대사업에 뛰어든데다 진출할 수 있는 영역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C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 판매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품 개발이 아닌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대리판매만 가능하기 때문에 부대사업으로 인한 수익은 크지 않다"며 "사업범위도 좁아 더 이상 확대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 영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는 대신 부당판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카드사들의 수익성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카드사는 은행처럼 영업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대업무를 하는데 있어 제한이 많다"며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닌 영업 활로를 넓혀주되 부당판매 행위가 없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카드사에게 새로운 먹거리 발굴은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 카드시장을 벗어나 장기 목표로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카드사도 적지 않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카드사들이 해외진출을 통한 시장 파이 확대를 장기적 과제로 삼고 있다"며 "여신전문기관인 만큼 해외진출에 있어 리스크관리 등 경쟁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카드사의 기술로 해외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회원 모집 등 마케팅 면에서는 국내 카드사들의 경쟁력이 높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기술면에서는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낮은 상황"이라며 "가맹점 관리, 해킹방지 보완코드 개발 등 기술적 측면에서는 국내 카드산업 발달이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수익 확대를 위한 단기적인 먹거리 늘리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큰 그림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