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불법 비자금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불똥이 은행과 증권사로 튀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최근 이 회장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수백개의 계좌를 확인하고 이 계좌가 있는 은행과 증권사들 명단을 금융감독원에게 넘겨 특별검사를 의뢰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차명계좌를 만드는 것 자체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금융기관이 다수의 차명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줬다면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검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설명대로 현행법상 차명계좌 개설 자체를 형사처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관련법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상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경우라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으로 그친다.
단, 금융회사 등이 차명계좌주의 금융거래정보를 명의인 또는 수탁인 본인의 서면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할 경우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항 역시 적용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법률가들의 중론이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라면 은행 등이 고의로 이 회장이나 계좌명의인 동의 없이 금융거래 정보를 누설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검찰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수백개의 계좌가 있는 은행과 증권사들을 확인한 뒤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했으면서도 직접 나서지 못한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관련법 개정으로 차명계좌 개설 등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사건을 많이 수임해 온 한 변호사는 "이번 의혹처럼 기업 총수들의 불법 비자금 조성 내지 융통에 가장 빈번히 이용되는 것이 차명계좌"라며 "수백개의 차명계좌를 가진 경우 실제 계좌주에게 위법성이 있다고 봐야 하고, 여기에 동조하는 은행 등 역시 위법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실명거래는 경제정의 실현이나 금융거래 정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이번 기회에 관련법안을 강력히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에 정통한 다른 변호사는 "관련법 개정에 앞서 이번 CJ관련 사건의 불똥이 은행들과 증권사로 튄 만큼 불 꺼질지 다시 타오를지는 전적으로 금감원의 의지에 달린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