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하랴, 보도 해명하랴' 검찰 "바쁘다 바빠"

'국정원·CJ·4대강 담합의혹' 대형사건 한꺼번에 몰려
중수부 기능 서울중앙지검으로..공보 하중도 그대로 이동

입력 : 2013-05-31 오후 4:02:0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오보다. 수사하고 있지도 않고 수사대상도 아니다. 명백한 오보다."
 
"압수수색 한 것 맞다. 혐의는 말할 수 없다. 아무개가 연루됐다는 것은 확인된 바도 없고 들여다본 바도 없다."
 
수사 진행에다가 보도해명까지 하느라 서울중앙지검 차장들이 여름 문턱에 진땀을 빼고 있다.
 
현재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대형사건만 해도 줄잡아 세 건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CJ그룹 조세포탈 사건, 4대강 담합의혹 사건 등이 그것이다. 게다가 이 사건들 모두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과 특수부에 집중되어 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이정도 규모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담당했었다. 그나마 과거 대검 중수부 수사의 예를 봐도 지금처럼 대형사건이 3건이나 한꺼번에 몰린 적은 많지 않았다.
 
당시 중수부에는 수사기획관제가 있어 기획관이 공보역할을 했다. 공보역할이라고 해서 대검 중수부를 홍보하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다. 수사 상황에 대한 언론보도 해명 내지는 보도에 대한 확인 역할을 실무로 했다. 일종의 소통의 통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가 없어지고 일선 중앙지검 특수부가 그 일을 맡게 되면서 수사는 물론 언론보도 해명·확인에 대한 업무도 그대로 떠안게 됐다.
 
공보준칙상 원론적으로 일선 지검 공보업무는 각 차장이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예외적으로 각급 검찰청의 장이 결심하면 선임급 부장검사가 공보 업무를 담당할 수도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2차장과 박정식 3차장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사건이니 만큼 보도확인이나 해명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 후 '언론과의 건전한 소통'이 강조되는 동시에 '공보준칙 준수'가 더욱 강화된 상황으로, 수사관계자들은 수사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취재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고, 소위 '지르는' 기사들도 종종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언론보도가 수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 예도 없지 않다. 비근한 예로 '파이시티' 사건 수사 당시 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선용으로 썼다"고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서 '자백'하면서 수사가 크게 진척된 적이 있다.
 
최근 CJ그룹 수사와 4대강 수사 지휘를 병행하고 있는 박정식 3차장은 본인 외에 공보업무를 보좌할 수 있는 '부대변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3차장 산하에는 10개 부서가 있다. 이들 중 특수1부와 특수2부가 각각 4대강 담합의혹 사건과 CJ그룹 사건을 맡고 있다. 박 차장으로서 공보업무만 전담하는 것이 아니고 고유의 업무도 수행해야 하니 부대변인을 둔 것이다. 부대변인은 현재 3차장 산하 선임 부장인 강남일 금융조세조사1부장이 맡았다.
 
특별수사팀이 맡고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수사는 다음 주 중 마무리 될 예정이다. CJ사건도 조세포탈 혐의에서 비자금 조성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가면서 중반을 넘고 있다. 4대강 담합의혹 사건도 물밑에서 빠르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세 건에 대한 사건 수사가 종료된다고 해도 서울중앙지검 차장들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새로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 조카사위 박수영 회장의 저축은행비리사건 등 대형 또는 권력형 비리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의 대규모 수사 등이 이미 진행 중이다. 산 너머 산인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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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