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전력수급 위기에 고강도 절전대책 발표

입력 : 2013-05-31 오후 8:23:49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앵커 : 위조부품 등 비리행위에 연루된 원자력발전소들이 줄줄이 가동을 멈추면서 올여름 전력수급이 비상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정부가 오늘 전력수급대책을 긴급하게 내 놨는데요. 발전기를 더 돌릴 여력은 없기 때문에 대책의 포커스는 '절전'에 맞춰졌습니다. 당장 무더위에 전기를 많이 쓸 수 밖에 없는 국민들과 기업들은 불편함을 겪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정부의 올 여름 전력수급대책을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경제부 이상원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 전력 수급상황이 아주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요.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됐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기자 :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8일 울산 신고리원전 1호기와 2호기, 경주의 신월성 원전 1호기에서 조작된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동중단을 선언했는데요. 원전 1기당 발전용량이 100만킬로와트에 달하는 만큼 정부의 전력수급계획과는 무관하게 갑자기 300만킬로와트 가량의 전력이 부족하게 된 겁니다. 이들 중단된 원전이 부품교체를 하고 재가동하기까지는 4개월 가량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당장 눈앞에 닥친 여름 전력수급에 불똥이 떨어진 셈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대로 전력수급에 변화가 없을 경우 피크시점인 오는 8월 둘째주에는 전력수요가 공급을 초과해서 예비전력이 마이너스 200만킬로와트수준까지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통상 예비전력을 플러스 500만킬로와트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비교해 보면 전력이 모자라 이른바 블랙아웃으로 불리는 대정전이 일어날수도 있는 것입니다.
 
앵커 : 문제가 심각하군요. 그래서 정부가 오늘 대책을 내놨다고 하는데, 어떤 대책을 내놨나요.
 
기자 : 네 정부는 오늘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발표를 통해 원전 3기 정지에 따른 올 여름 전력수급대책을 긴급히 발표했는데요. 당장 발전소를 지을수도 없고, 수리중인 원전이 급히 재가동될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대책은 역시 아껴쓰자는 '절전'에 초점을 두고 마련됐습니다. 우선 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피크시간대에 의무적으로 전력사용을 줄이도록 했는데요. 5000킬로와트 이상을 사용하는 업체 2836곳이 3%에서 최대 15%까지 전력사용을 의무적으로 절감해야 합니다. 일부 호텔과 철강, 자동차업계 등 전력사용이 많은 공장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또 5000킬로와트 미만의 전기를 쓰는 업체들은 수요가 몰릴 때 전기를 쓰면 3배이상의 높은 전기요금을 물리고,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 전기를 쓰면 요금할인혜택을 받게 됩니다. 가정에서도 지난달보다 전기요금을 적게쓴 경우 차액을 다음달에 돌려주는 인센티브제도도 시행됩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전력감축은 더 강도높게 진행되는데요. 공공기관에서는 피크시간에 전등을 절반만 키고, 냉방온도는 28도 이상으로 고정하며, 전체적으로 전기사용량을 지난해보다 20%나 더 아끼도록 했습니다.
 
앵커 : 전력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아껴 쓰고 대신 여유 있는 시간에 좀 더 쓰라는 것인데. 누구나 한창 더울 때 냉방기를 돌리고 싶을텐데 대책이 좀 비현실적이지 않나요?
 
기자 : 네 좋은 지적하셨는데요. 정부가 이번에 내 놓은 대책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해 온 전력수급대책을 좀 더 강화하는 선에서 마련됐습니다. 새로운 획기적인 수급대책은 없다는 것이죠. 말씀하신대로 문제는 대책의 실효성인데요. 피크시간을 피할 경우 할인혜택을 주는 선택형 피크요금제의 경우 지난 결울 전력난대에도 시행을 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구요. 가정에서 아껴쓴 전기요금을 돌려주는 방법이나 문열고 냉방하는 곳을 단속하는 방안 등도 전력수급 총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여름만 잘 견뎌준다면 내년 여름부터는 대규모 신규발전기들이 준공되어 전력난이 해소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 이번 전력수급대책 발표는 당초 국무총리가 직접 대국민 담화문 형식으로 하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됐는데 이유는 뭔가요.
 
기자 : 네 당초 정부는 오늘 오전 정홍원 국무총리가 직접 대국민담화문 형식으로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발표하고, 국민들께 전기절약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었는데요.
발표예정 사실이 알려진 뒤 원전의 관리감독 실패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담화문 발표보다는 비리와 사고의 원인규명을 우선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정 총리는 이날 아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원전비리를 철저히 밝혀 국민들께 공개하고, 관련자를 엄벌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 어쨌거나 올여름 어느 때보다 무더울 거라는 기상청 예보도 있는데, 전력상황이 좋지 않아서 걱정들 많이 하시겠네요. 평소에 아껴 쓰시던 분들은 억울하시겠지만 어쨌든 올 여름 전기 절약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겠군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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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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