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지하경제 양성화, '투명거래·세수확보' 두마리토끼 잡을까

입력 : 2013-05-16 오후 8:03:54
[뉴스토마토 이 종 용 기자] 앵커 :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자칫 경기위축으로 저성장 늪에서 탈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연착륙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금융팀 이종용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 지하경제 양성화, 정부가 추진하는 목적과 내용은 무엇인가요.
 
기자: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향후 5년간 28조5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걷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한해 평균 6조원으로 박근혜 대통령 임기 5년동안 30조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정확한 목표를 세우며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는데요, 우선 관세청은 지난해보다 1조4000억원을 추가 증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현금영수증이나 전자세금계산서의 의무 발급을 확대하고,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를 방안으로 내놨습니다.
 
금융당국에서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투명한 금융거래 확립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신용카드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해서 은닉소득을 양성화하고, 금융정보분석원의 제도를 개선해 자금세탁관련 금융거래 포착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 세수 확보를 위해서 금융 거래를 보다 투명하게 하겠다는 말인데, 고액 자산가들은 마음이 편치 않겠습니다. 별다른 움직임이 있나요.
 
기자 : 지하경제 양성화가 추진되면서 1금융에서는 자금 인출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데요, 특히 대형 은행에서는 개인 뭉칫돈이 새나가고 있습니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에 예치된 5억원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말 19조2000억원에서 올해 3월에는 18조9000억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5억원 이상 예금자들이 새로운 과세 대상이 되면서 미리 예금을 인출하거나, 다른 절세형 상품으로 분산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또 5만원권의 유통 속도도 급속히 느려졌습니다. 한국은행의 올해 1분기 5만원권의 발행액은 5조7593억원이었지만, 다시 한은으로 돌아온 환수액은 3조3735억원에 그쳤습니다.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으로 5만원권으로 현금을 인출해놓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인데요, 5만원권은 1만원보다 상대적으로 이동성이 뛰어나고 자금을 보관하기 편리합니다. 실제로 5만원권으로 15억원을 보관할 수 있는 개인 금고 판매량도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 그렇다면 은행에서 빠져나간 고액예금은 어디로 간건가요?
 
기자 :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간 돈은 당국의 과세 칼날을 피해서 금 시장이나 증시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월부터 골드바 판매를 시작한 국민은행은 한 달여 동안 약 350kg(약 200억원) 이상을 판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0년부터 골드바를 판매한 신한은행도 월 평균 판매량이 지난해 200kg 수준에서 올해는 500kg 수준으로 급증했습니다.
 
국세청이 보유할 수 있는, 2000만원 이상의 현금 거래 정보가 대폭 확대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되기 때문인데요, 금융정보분석원에 통보해야하는 현금거래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골드바 등 실물 투자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앵커 : 모든 금융거래를 금융거래 당사자 본인의 이름으로 하도록 하는 금융실명제도 있지않습니까. 그것만으로는 금융거래 투명성 확보가 어렬운가요.
 
기자 : 지난 1993년 도입된 금융실명제법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지만, 탈세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차명거래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실명제법 위반건수는 지난 2010년 106건에서 2011년 195건, 지난해는 10월말까지 548건으로 대폭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차명계좌가 여전히 줄지 않는 이유는 미약한 처벌근거 때문입니다.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본인 동의없이 명의를 도용해 금융거래를 할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합의를 통한 차명계좌 개설은 허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차명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전면 불법화를 하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차명거래를 완전 불법화하면 실명을 통한 불법자금 거래에 대해서는 확인의무가 사라져 법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금융사의 단순한 절차상의 오류로 인한 금융실명제 위반 건수도 많은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앵커 : 지하경제 양성화 핵심법안, 금융정보분석원법이 정치권의 이견으로 다음달 임기국회로 처리가 미뤄졌죠. 어찌보면 시간을 번 것인데 정책을 보완해야겠지요?
 
기자 :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보다는 정부가 지하경제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우선적으로 정립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하경제는 중소기업이라든지 자영업자, 가사노동 등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향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가고자 하는 방향이 흐려지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1금융권과 2금융권에 동일한 자금세탁 방지 기준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쪽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을 방지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보험회사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는 준법감시부서 설치 등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실제 제도 시행이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상호금융의 비과세 혜택을 노린 차명가입자들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상호금융 예탁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노동시장 관련 규제를 완화해 지하경제로 편입되는 비제도권 노동시장의 규모를 줄이고 현금 거래가 빈번한 대형 서비스업 자영업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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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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