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제 회복을 위한 장기 성장 전략, 이른바 '세번째 화살'을 공개했다.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국민 소득 증대와 투자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성장 전략은 에너지 시장의 개혁에서 세제 혜택을 통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았다.
아베 총리는 "지금은 일본이 세계 경제에 성장 동력을 제공해야 할 시기"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아베노믹스의 목표는 근로자들에게 실물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지 단기적인 머니게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번째 화살..양적완화에 이은 '질적완화'
아베는 앞으로 10년 동안 2%대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경제성장 속도에 두 배에 이르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총소득(GNI)을 매년 3% 이상씩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주요 외신들은 "소득 증대는 아베노믹스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서는 우선 쓸 수 있는 돈을 늘려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아베 총리는 신설 경제 특구에 감세 혜택을 제공해 35조엔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신설되는 경제 특구에는 외국인 학교와 병원 설립이 모두 가능하다.
다만 구체적인 감세율 등을 제시하지 않아 정책 효과를 가늠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외신은 전망했다.
<아베의 장기 성장전략 내용>
자유무역협정(FTA)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아베는 현재 일본 총 무역 규모의 16%에 불과한 FTA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또 철도나 원전 등 인프라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인사들의 해외 출장도 적극 독려하겠다고 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체 수출 규모를 2020년까지 30조엔으로 세 배 가량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고령화 가속화에 발맞춰 헬스케어, 의료 용품, 제약 산업 등을 신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도 밝혔다.
일본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 확대도 이번 전략에 포함됐다. 안정 자산인 채권 투자를 줄이고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거진 원자력 발전에 대한 문제도 언급됐다. 원전 재개와는 별개로 60년만에 처음으로 전력 공급 시장의 개혁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전력 시장에 경쟁을 도입해 개별 가정이 전력 기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독점 구도를 타파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도 함께 언급됐다. 다만 이는 기업이 불필요한 인력을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고용 안정과는 거리가 더 멀어졌다.
◇구체적 방안 부재에 시장 실망
한편 시장에서는 아베의 연설이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일본 증시는 아베 연설 직후 하락 반전해 낙폭을 점차 키워갔다. 닛케이225 지수는 전일보다 3.83% 하락한 1만3014.87로 거래를 마쳤다.
오후 3시4분 현재 달러대비 엔화 환율은 전일보다 0.73% 떨어진 99.56엔을 기록 중이다.
야마다 히사시 일본리서치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베의 제안은 일본의 지속적인 성장과 디플레이션 극복에 충분하지 않다"며 "노동시장의 개혁 없이는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에노 츠요시 NLI리서치센터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아베의 '세번째 화살'은 기업세 감면 등 핵심 정책에서 실망감을 안겨줬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