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검찰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수사 결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기소됐지만 원세훈 전 원장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성을 따지면 국가조직을 이용해 불법으로 정치에 관여한 원 전 원장에 비해, 수사를 축소·은폐 지시한 김 전 청장의 죄책이 훨씬 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수사결과 '은폐' 위한 논리 개발
김 전 청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과 경찰공무원법 위반·선거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그가 수사결과를 은폐하기 위해 논리를 개발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 16일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 직후인 오후 11시쯤 댓글이 발견 된 것이 없다는 허위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했다.
또 이정희 후보 관련된 게시글, 또는 글이 아닌 ‘박근혜·문재인 후보 관련 찬반 클릭 및 10월 이전 게시글'은 모두 분석범위에서 벗어난다는 이유 등을 들어 결과에서 누락시켰다.
이 외에도 검찰 수사결과 김 전 청장은 분석결과 발표 전부터, 대선 전 날짜에 맞춰 '선거개입' 의혹을 해소하기로 보도자료 작성·브리핑 준비를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많은 게시글 등이 발견되는 상황에서 '게시글이나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음'이라는 초안을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로 표현을 고치기까지 했다.
◇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대한 증거분석 상황·결과 은폐
또 그는 디지털증거분석 상황이 수서서 수사팀에 전달되는 과정을 차단했다.
수사팀의 디지털증거분석 의뢰서에 따른 의뢰 내용 및 관련 내용이 나오면 실시간으로 그 상황을 수사팀에 알려줘야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수서서 수사팀에 디지털증거분석 상황과 결과를 알려주지 말라는 지침을 정해 수사팀에 대한 전달을 차단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 의지가 높았던 수사팀에서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를 가지고 수사를 진척시키면 국정원 개입 의혹이 가중되거나 실체가 일부 드러날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 사실은 대선후보 등 정치인과 정당 지지·반대 글 및 찬반 클릭, 활동에 사용된 40개의 ID·닉네임, '오늘의 유머' 등 여론 사이트 접속기록 등이 발견됐다.
검찰은 "일부 분석관들은 결과보고서에 서명을 요구받자 '혐의사실 관련 내용 발견치 못함'이라는 내용에 서명을 거부하는 등 내부 반발이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 시간 맞춘 '발표강행' 위한 검색 키워드 축소 강요
또 수사팀에 '검색 키워드' 축소 등을 통한 수사 무마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수사팀은 12월 14일 공문을 보내 '대선토론', '단일화', '이정희', '안철수', '반값등록', '종북', '통합진보당' 등 총 100개의 핵심단어로 키워드 검색을 통한 분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15일부터 대선 전 국정원 관권 개입 의혹을 해소해주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던 경찰 수뇌부는 16일 신속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수사팀에 키워드를 '문재인', '박근혜',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등 4개로 줄이라고 지시했다.
이에 수사팀이 불응하자 당시 서울경찰청 김 모 수사2계장은 권은희 당시 수사과장과 통화해 키워드를 4개로 줄이라고 재차 요구했고, 결국 수서서는 서울청의 요구를 들어줬다.
◇직권남용 및 선거개입·공직선거법 위반 등
결국 검찰은 수서경찰서장에게 허위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하고, 대선 전까지 수사팀의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물 회신 요구를 거부한 김 전 청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또 검찰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자료 배포를 결정하고, 증거를 수사팀에 전달하지 않은 것은 선거에 관여한 행동이라고 봤다.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 선거 직전에 '허위의 수사내용'을 발표하게 해 경찰공무원법상 정치운동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