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건' 잇단 재정신청..이후 절차 어찌되나

법원서 기소하도록 결정하면 수사 다시 재개
대법 "상관명령 위법명령 따르면 안돼" 판결 일관돼 재수사 가능성 커

입력 : 2013-06-18 오후 4:53:06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이 잇따르면서 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급자의 지시에 따른 범행'인 점을 감안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지만,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이 검찰의 판단에 대해 재정신청 카드를 내밀어 법원의 판단이 남은 상황이다.
  
국정원 간부·직원의 형사처벌 여부를 둘러싸고 법원에서 다뤄질 핵심 쟁점은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을 부하직원이 따랐을 경우 형사처벌이 면제되는지 여부'다.
 
그동안 판례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는 조직이어도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을 부하 직원이 따를 의무가 없다'는 입장인 만큼, 수사 재개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법원 "부당한 상급자 명령 따를 의무 없어"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인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 그 처분이 정당한지 가려달라고 관할 고등법원에 요구하면 고법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법원은 재정신청을 접수받은 이후 3개월안에 재정신청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대법원 판례는 국가 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이나 정치관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지난 1998년 9월 '북풍공작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1999년 대법원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외에도 임모씨 등 안기부 간부 10여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임씨 등은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려고 확인되지 않은 허위의 사실을 담은 책자를 배포하거나 기사를 개재하는 등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은 직무상 명령이라 할 수 없어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 '비슷한 사안'에 다른 잣대 적용"
 
또 재판부는 "안기부가 엄격한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는 조직이더라도, 안기부 직원의 정치관여가 법률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며 "임씨 등의 경력 등에 비춰보면 상급자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1990년대 '북풍사건'을 수사했던 검찰과는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종명 전 3차장, 민모 전 심리전단장 등은 일반 직원급이 아니다.
 
법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공방이 깊이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형사사건에 정통한 중견 법조인은 "15년 전에도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을 따른 부하직원을 검찰이 기소했었는데, 이번에 기소유예한 것은 그만큼 의식이 후퇴했음을 보여준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을 따른 직원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앞으로 상급자의 지시로 불법 선거에 개입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더욱이 내부 방침이 틀린다고 반기를 든 사람에 대해서만 처벌한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가담한 경찰들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 경찰은 '절대적 복종 관계인 상사의 명령에 따른 정당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1988년 대법원은 "설령 대공수사단 직원은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 불문률로돼 있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고문행위와 같은 상급자의 위법명령에 따른 행위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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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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