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위해 접었던 '동남권신공항', 공약이라고 부활?

입력 : 2013-06-18 오후 6:13:14
[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국가와 지역의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송구스럽다."
 
지난 2011년 4월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동남권신공항 사업의 전면 백지화 선언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 기자회견 형식의 발표였지만 국민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인, 사실상 대국민사과였다.
 
동남권신공항 사업은 MB의 공약사업으로 검토가 시작돼 부산과 대구 등 영남 지역을 들썩이게 했다.
 
부산 가덕도냐, 밀양이냐를 둘러싸고 지역에서는 수년 동안 유치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결과는 "두 지역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역의 욕구 충족도 중요하지만 국익을 위해 절대 추진돼서는 안 될 사업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시 MB는 대국민사과에서 향후 사업재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동남권신공항 사업을 오는 2025년 이후 논의 사안으로 연기했다.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안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MB의 이 같은 발언에 당시 한나라당은 "공약 이행과 국익 사이에서 갈등한 진솔한 사과"라며 추켜세웠고, 민주당은 "자신의 선거에 지역 주민들을 이용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후에도 지역 반발은 거셌지만, 이 사업은 정부의 입지선정조사 결과에 따라 먼 미래에 다시 거론될 일로 여겨지며 이슈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하지만 18일 새정부가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동남권신공항'사업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영남지역 5개 지자체와 공동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놓고 입지선정 문제 등 타당성조사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내용만 보면 이미 사업 재추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국토부는 다음 달 중 용역발주를 해 이르면 8월 중 업체를 선정하고 1년간의 수요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항공수요조사는 정규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오는 2015년 수립될 5개년 계획에 이번 영남권 조사 결과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영남지역을 별도 조사한다는 것은 단순한 조사 차원이 아님을 짐작하기 충분하다.
 
국토부는 특히 동남권신공항 없이도 김해공항 확장사업만으로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당시 예측을 1년여 만에 정면으로 뒤집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1년 입지평가조사 당시 이듬해 김해공항 수요를 700만명으로 예상했지만 저비용 항공사 이용 급증으로 실제로 900만명이 이용을 했다"며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요예측이 잘못됐음을 시인하면서까지 김해공항 증설로는 역부족이며, 신공항이 검토돼야 한다는 논리를 증명하려 하고 있다.
 
국토부는 또 사업추진의 배경으로 '대통령공약'을 거론했다. 대통령 공약으로 시작됐으나 '국익'을 위해 백지화됐던 사업이 새정부의 공약으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이를 두고 청와대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민심 달래기용 회심의 카드로 또 신공항 문제를 꺼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지역을 다시 들뜨게 만드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부산, 대구, 울산 등 영남지역 5개 시·도는 정부 발표 직후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여론 몰이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항공학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저비용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김해공항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정부는 동남권신공항사업 백지화 이후 지속적으로 김해공항 증설이면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며 "국익에 도움 되지 않던 공항이 1년 사이 꼭 필요한 공항이 된 것은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번 정부의 발표는 재추진 의지가 담겨 있는 만큼 이전 처럼 사업을 중단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진행될 분위기가 된 만큼 더욱 철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간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합의서 체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게 돼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타당성 조사 등 신공항 관련 검토 단계 역시 지자체 간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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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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