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제약업계가 단체행동에 나선다. 2차 혁신형제약사 인증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혁신형 인증 취소, 리베이트 규제 강화, R&D(연구개발) 등 산적한 업계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정부와의 긴장감은 높아지게 됐다.
한국제약협회가 소위 '총대'를 메고, 43곳의 혁신형제약사들이 참여했다. 가칭 '협의회'는 오늘 26일 사장단급 첫 조찬모임을 가질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이날 모임에 제약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건은 정부의 혁신형 인증 취소 방침에 대한 공론화 여부다. 1차 혁신형제약사로 선정된 제약사들 중 리베이트에 얽힌 3곳의 인증 취소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이들은 해당기업을 넘어 제약업계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앞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리베이트 기업에 대한 ‘혁신형 인증’을 취소하는 내용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그러자 해당기업들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지원 정책은 만들어 주지도 않고, 이제 와서 혁신형 인증을 취소하겠다는 것은 ‘제약사 길들이기’일 뿐”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43곳 혁신형제약사들이 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들 사장단들은 오는 26일 오전 7시 한국제약협회에서 조찬 모임을 갖는다.(사진=조필현 기자)
때문에 개별적으로 제기돼 온 반대 목소리가 이번 협의회 구성을 통해 단체행동으로 비화될 소지도 다분한다. 다만 그간 제약업계의 고질적 관행이었던 리베이트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여전히 싸늘한 점을 의식해 수위 등에 있어 일부 조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21일 “43곳 혁신형제약사 위주로 협의회를 구성했다”며 “첫 모임은 회사를 대표하는 사장단급으로 확정됐다”고 말했다. 이날 다뤄질 구체적 주제를 묻는 기자 질문에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과 협력, 그리고 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형 인증 관련해서도 얘기가 오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R&D(연구개발)를 중점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제약산업의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직접적 대응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짙었다.
제약협회를 비롯한 업계의 고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일방적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과 함께 여론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여기에다 2차 혁신형제약사 인증을 노리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에 대한 견제도 병행해야 한다. 물론 본질은 제약업계의 질적 성장과 이로 인한 국내 제약산업의 도약이다.
내부 불만은 여전하다. 먼저 제약업계는 과징금 상향 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는 당초 리베이트에 따른 약사법 2000만원, 공정거래법 6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경우에 한해 ‘혁신형인증’을 취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과징금 기준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며 복지부에 상향 조정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과징금 기준이 상향될수록 인증 취소 기준에 걸리는 제약사들은 자연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약업계 전체 이미지 타격에 대한 우려도 가득하다. 복지부가 ‘혁신형 인증 취소’ 첫 번째 기준을 리베이트로 규정함에 따라 탈락한 제약사는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칫 범법집단으로 내비칠 경우 이미지 추락은 물론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매출 등에 있어 직접적인 후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특성상 국민들에게 이미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쌓아올린 이미지 추락은 한순간”이라며 “리베이트 제약사로 인식되면 그 이미지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제약업계 스스로 초래한 '자업자득'인 측면도 분명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드러내놓고 불만을 제기하기 보다 자성과 성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여론은 칼날을 쥔 정부 편에 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