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가정보원의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全文) 공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24일 비밀 생산·보관 규정에 따라 2급 비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여부를 두고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는 게 공개 이유다.
또 지난 6년간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비밀문서 유지의 필요성도 없어졌다고 전문 공개이유를 덧붙였다.
국정원은 그동안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공기록물로 관리해왔다. 이는 여당 일부의원들에게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열람하게 한 근거로도 설명됐다.
국정원은 최근 공공기록물 열람절차에 따라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등 일부 의원들의 열람청구를 전제로 발췌본을 제공했으며, 서 의원 등이 다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수세에 몰리던 국정원은 결국 국면전환에 성공했다.
국정원은 또 이 문건이 2007년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녹음한 테이프를 듣고 그대로 받아써 작성했기 때문에 국정원이 생산한 공공기록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의 해명은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우선 생산주체가 국정원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기록물 관리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공공기록물관리법상 기록의 '생산'이라는 개념은 기록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독자적으로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생산 과정은 남북정상들의 육성 회담을 녹취하고 그것을 문자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다면 문건의 생산자는 문건의 핵심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두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소한 육성을 받아쳐 문자화하는 것만으로는 생산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공기록물이라며 일부 여당 의원들에게 공개한 것도 현행법과 맞지 않다. 공공기록물관리법 37조 1항은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은 해당 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비공개 기록물에 대해 열람 청구를 받으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제한적으로 열람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록물의 열람은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장만 가능 한 것이다. 국정원은 현행법상 국가안보등과 관련해 필요에 따라 설치할 수 있는 특수기록관에 불과하다.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은 대통령기록관을 산하에 둔 국가기록원 뿐이다. 때문에 국정원이 일부 발췌본이라도 공공기록물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열람하게 한 것은 현행법 위반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국정원의 주장처럼 공공기록물인 동시에 국가비밀 문건이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공공기록물이 비밀성을 가지고 있다가 더 이상 비밀성의 가치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공공기록물의 성격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보안규정상 비밀성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비밀문서의 유지성이 떨어졌다는 국정원의 설명도 논리에 안 맞다.
그동안 여야 갈등의 핵심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여부였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전문에서 이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오히려 이번 전문 공개로 봉인이 풀리면서 개성과 신의주, 해주 경제특구 개발 문제 등 민감한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핵심 쟁점인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 여부를 두고도 국민여론이 극명하게 둘로 갈리고 있다.
국정원은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공개했지만 이 조치가 오히려 그같은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을 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사진제공=대통령기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