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SNS는 죄가 없다

입력 : 2013-07-05 오전 9:05:45
일부 축구선수들의 트위터 사용을 놓고 사회가 들끓고 있다. 지금은 물러난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해 여러차례에 걸쳐 '뒷담화'를 한 것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해당 선수들은 계정을 탈퇴하거나 사과문을 남기면서 사태를 수습하고자 하지만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은 "나의 매뉴얼에 SNS는 없다"며 소집기간 중에 공식적으로 'SNS 금지령'을 내리기 까지 했다.
 
선수들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주고받은 말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직장상사나 선배에 대해서 한번쯤 흉을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예전같으면 화장실 옆에 삼삼오오 모여서 주고받던 비아냥이 사이버공간으로 옮겨간 것에 다름 아니라는 주장이다.
 
어찌 생각해보면 낯설은 외국에서 경기장과 집을 오가야하는 해외파 운동선수들에게 SNS는 유일한 활력소였을 것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선수'에 불과한 그들이 모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모욕당한 감독은 취임할 때부터 퇴임시기가 정해진 시한부 임기였다. 그것이 선수장악에 한계로 작용했을수도 있다. 더군다나 대표팀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선수들로서도 감독의 지도방식이나 전술에 불만을 가졌을 수 있다.
 
그렇지만 팀을 생각했다면 불만을 이런 식으로 털어놔서는 안될 일이었다. 스스로 국가대표의 격을 떨어뜨림으로써 대표팀을 동경하는 수많은 동료와 후배선수들마저 욕보이는 결과가 됐다. 차라리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그것도 안되면 대표팀을 나왔어야 했다. 누구 눈치도 안보고 언제나 당당한 그들이 아니었던가.
 
그들이 특정인을 공공연히 모욕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이버 공간에 숨어서 한 인간을 비웃고, 조롱하며 냉소하는 동안 당사자는 아무런 항변도 할 수 없었다. 일방적 공격이었다.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향해 사이버 공간에서 오늘도 계속되는 무수한 비아냥과 욕설이 떠오른다. 당하는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나 아무런 힘이 없다. 힘없는 약자를 깔보고 비웃는 것은 참으로 쉽다. 너무도 쉬운 일이기에 매일매일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관성적으로 자행될 뿐이다. 
 
혹자는 공인들에게 SNS를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한다.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많다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SNS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 잘못은 기본적인 ‘예의’를 잃어버린채 함부로 문명의 이기를 다루는 사용자들에게 있는 것을.
 
손정협 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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