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개인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5일 “원 전 원장에 대해 특가법상 알선수재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전직 국정원장이 뇌물성 비리로 검찰수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취임 첫해인 2009년부터 황보건설 전 대표 황모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각종 공사수주 청탁과 함께 1억60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2010년 7월 한국남부발전에서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토목공사 수주를 황보건설이 따낼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09~2011년 홈플러스의 인천 무의도 연수원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황보건설이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원 전 원장이 산림청에 외압을 넣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황보건설의 옛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이 원 전 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보이는 수천만원대의 선물 리스트를 확보하고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최근 황씨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황씨로부터 원 전 원장에게 1억원여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원 전 원장을 지난 4일 전격 소환조사했다.
원 전 원장은 그러나 11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마친 뒤 만난 취재진들에게 “(황씨는)민간업자라기 보다는 오랜기간 알고 지낸 친구”라며 “생일 선물 등을 받은 적이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앞서 황 전 대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아 빼돌리고, 법인 자금 수십억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사기·횡령) 등으로 지난달 24일 구속 기소됐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오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5일 오전 1시30분쯤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이날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은 5일 저녁 원 전 원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