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M&A, 9년來 최저..엔화 변동성 급증 탓

입력 : 2013-07-08 오후 4:02:06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일본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에 대한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기업의 M&A 건수(국내외 포함)는 997건으로 규모는 457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4년 이후 최저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47%나 적은 것이다.
 
작년 상반기의 총 M&A 건수는 1167건이었으며 855억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특히 해외 기업의 M&A 규모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신들은 올해 일본 기업의 해외 M&A가 106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의 1120억달러에서 대폭 감소한 것이다.
 
외신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강력한 경기 부양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지만 동시에 변동성 역시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기업 경영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달러·엔 환율 차트(자료=블룸버그)
지난해 말 달러 당 80엔대 초반을 맴돌던 엔화 환율은 현재 100엔대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시적으로 95엔까지 밀리는 조정을 겪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엔화 약세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7월 현재 엔화의 100일 변동성은 14.81로 2009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연초의 6.97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엔화 환율의 높은 변동성은 기업들의 투자 규모도 축소시키고 있다.
 
최근 5년간 일본의 6대 M&A 기업으로 꼽힌 마루베니상사는 지난달 미국의 곡물회사 가빌론그룹 인수했다. 다만 최종 협상 결과는 당초 발표한 36억달러 규모에서 10억달러 가량 줄었다.
 
이지마 마사미 미쓰이상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일정 규모 이상의 인수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현재 보유 자산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최근 미국의 통신기업인 스프린트 넥스텔 인수를 최종 확정지은 소프트뱅크가 M&A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위상을 지켜줬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스프린트 인수를 발표했고, 지난 6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받아 총규모 216억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2000년 이후 일본 기업의 해외 인수 사례 중 최대 규모다.
 
한편 엔저에 적응한 기업들이 점차 M&A 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유이치 짐보 시티그룹 글로벌캐피탈마켓 투자은행부문 담당자는 "하반기부터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는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식료품 등 소비재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시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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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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