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지역발전의 기대감이 가장 빨리 표출되는 것은 역시 부동산 시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디에 경전철이 들어서는지, 지하철역시 새로 생기는지, 어디에 공공기관이나 학교가 들어서는지 하는 소식이 들리면 그 지역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들썩이곤 하죠.
(사진=이상원 기자)
물론 상당수는 투기적인요소가 없지 않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는 이런 소식은 주위의 부러움을 살만합니다.
실제로 그러한 지역발전이 이뤄질 경우 주민들의 삶의 질 역시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출범 1년을 넘긴 세종시에서도 이러한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있나봅니다.
황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여전히 정주여건은 좋지 않지만 중앙부처와 소속 공무원들이 대거 이주해 왔고, 앞으로 추가이주와 함께 더 발전할 일만 남았다는 점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세종시 아파트값이 전국 최상위 수준인 대도시들과 어께를 나란히 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사이트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말 현재 1억8784만원으로 평균 매매가격이 1억8560만원인 대구광역시보다 높고 5개 광역시 평균(1억8937만원)에 육박했습니다.
말이 특별자치시지 전체 인구 12만명이 채 되지 않는 군단위 규모의 지방자치단체의 집값이 불과 1년 만에 광역시 수준으로 치솟은 겁니다.
무엇이 이곳의 집값을 대도시의 수준으로 올려놓았을까요.
집값이 비싸다는 것은 서울 강남이나 목동처럼 교육여건이 좋다거나 일산과 분당처럼 생활여건이 좋다거나 너도나도 와서 살고싶은 환경이라는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세종시의 경우 그 이유를 아직까지는 딱히 찾기 어렵습니다.
학교 설립계획이 애초부터 잘못되어 세종시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실은 시대에 뒤떨어질 정도로 콩나물시루를 자랑하고 있구요. 대도시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대형마트나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극장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따지고 보면 단지 시간이 지나면 좋은 곳이 될거라는 기대감만 가득한 셈입니다.
공무원들이 강제적이나마 이주해 오고 있고,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지원도 해줄거라고 하니 앞으로는 광역시 못지 않은 곳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그것입니다.
강제이주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에 집을 사게 된 공무원들도 지역의 기대감을 부풀린 요인이기도 합니다.
실체 없는 기대감이 거품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역시 부동산입니다.
세종시 아파트 값은 전국 최고수준으로 올랐지만,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 비율)은 60.6%로 인접지역인 대전(68,5%)·충남(69.7%)·충북(69.8%)은 물론 전세가격이 비슷한 대구·(74.4%) 및 지방 5개 광역시(71.4%)보다도 크게 낮습니다.
기대감은 있지만 현실은 아직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대감으로 집을 산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세입자는 적다는 것이죠.
최근 국무조정실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중간점검 결과를 신호등으로 표시한 자료를 발표했는데요.
140개 국정과제 중 녹색등이 켜진 것은 131개, 노란색 경고등이 켜진 것은 9개가 있었는데 세종시 조기정착 과제는 이 9가지 노란 경고등이 켜진 과제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영상회의 등 IT활용부진이나 디지털 행정문화 확산이 미흡하는 등 행정에서부터의 정착이 거의 안되고 있다는 것이죠.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간판을 달고 공무원이주로 시작된 세종시에서 그 근본인 행정정착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다른 무엇은 제대로 될 수 있을까요.
세종시의 지역발전이 앞서나가도 한참 앞서나간 집값을 따라잡을 날이 언제일지 궁금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