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뉴욕증시가 버냉키 효과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두 달도 채 안돼서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나스닥 지수는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간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출구전략 우려에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다가 연준의 '한 마디'에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1% 오른 1만5460.92를, S&P500 지수는 1.36% 오른 1675.02를 기록했다.
미국 주요 증시가 1%대의 높은 상승폭을 실현하면서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 한편 버냉키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높아지고 있다.
◇'버냉키 훈풍'..지난달 부진 딛고 '신고가' 경신
다우존스 지수와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각각 18%, 17% 상승했다.
지난 5월까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랠리를 이어오던 미국 증시는 6월 들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관망세를 보이다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에 금융시장에 혼란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 6월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주간 기준으로 3주 연속 상승 마감하며 증시 안정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전날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와 관련해 지난달보다 뚜렷한 입장을 밝히면서 증시 급등세에 불을 붙였다.
이날 버냉키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 공개 이후 연설을 통해 "연준이 목표로 정했던 경제지표의 개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와 같은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월가에서는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행크 스미스 하버포드 트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으로 가득 찼던 증시가 자신감과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며 "양적완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말콤 폴리 스튜어트 캐피탈어드바이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투자자들이 연준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며 "이번에 버냉키 의장은 시장이 원했던 명확한 '한 마디'를 던져줬다"고 설명했다.
◇다우존스 지수 차트(자료출처=야후파이낸스)
◇QE 축소 불가피..증시 랠리에 제동 걸릴 가능성도
그러나 경제상황이 지속적인 회복흐름을 보일 경우 양적완화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증시 랠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리안 랄슨 RBC글로벌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은 영원히 유지될 수 없다"며 "FOMC 위원들의 절반이 올해 연말에는 자산매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 현재 시장 분위기를 뒤집어 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0일(현지시간) 공개된 FOMC 의사록에는 회의에 참석한 19명의 위원 중 절반이 올해 연말에는 양적완화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위원들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이전에 연준이 목표하던 고용시장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 버냉키 효과가 완화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은 경제지표에 쏠릴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번주 초 미국의 2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되면서 기업들의 실적도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스스로 2분기 실적 부진을 점치면서 전체적인 전망이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존 버터스 팩셋리서치시스템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2분기 전체 실적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칠 것"이라며 "전망은 지난 몇 개월에 걸쳐 점점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S&P500 기업들의 이번 2분기 총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4월 초 전망치인 3.9%보다 대폭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
◇랠리 어디까지 갈까..변동성 확대 우려도
버냉키 의장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보다 확실한 입장을 밝힌 만큼 증시도 당분간은 그 기대감에 맞춰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행크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이제까지 연준의 입장 변화에 따라 움직여왔다"며 "출구전략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향후 전망에 확신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뉴욕증시는 5~7% 더 상승할 여지가 남아있다"며 "투자자들은 오히려 양적완화 정책의 확실한 조정 또는 종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변동성 지수로도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점칠 수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인 VIX는 지난 5월24일 최저점 이후 1.4% 하락한 14.01을 기록했다.
이는 6일 연속 내림세를 보인 것으로 지난 1월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다. 지난달 20일에 6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던 VIX지수는 현재까지 32% 하락했다.
현재 VIX지수가 과매수로 분류되는 20 이하를 기록하고 있어 미국 증시가 상승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어지고 있다.
숏커버링(공매도 증권의 환매) 세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트 캐신 UBS파이낸셜 서비스 디렉터는 "그간 매도했던 세력들이 숏커버링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대규모 숏커버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며 상승 기대감을 전했다.
다만, 오는 17~18일 상·하원 청문회에 참석하는 벤 버냉키 의장의 증언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행크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입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증시 변동성 위험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구간이 도래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