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복지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하나 읽었다. "또 행복지수냐?" 지겨워할 독자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가 3년째 1등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민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를 비롯해, 미국의 설문조사기관 갤럽의 국가별 행복도 설문조사,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세계 최빈국 부탄왕국을 지구상 마지막 샹그릴라로 일약 스타덤에 올린 유럽 신경제재단(NEF) 행복지수(Happy Plane Index) 등 비슷한 류가 한두개가 아니다.
게다가 국가간 순위 경쟁이라는 아이템은 언론매체로서는 감히 외면하기 힘든 매력을 지닌터라 결과가 발표가 되는 족족 기사화된다.
따라서 이 소재에 미리부터 식상함을 느끼는 독자에게는 먼저 양해를 구하되 필자가 읽은 설문결과는 그래도 조금은 다르다고 강변하며 글을 이어가겠다.
다른 점은 크게 2가지. 첫째, 국제경기가 아니라 국내경기란 점.
한국이 그간 각종 행복지수에서 최하위권이라 자존심 상했다면 이번엔 예외다. 한국의 20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초순에 한 조사다.
둘째, 확실히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점. 행복도 측정시 고려할 만한 여러 지표들(예를 들면, 소득, 고용, 환경, 건강 등) 중 오로지 `경제적 관점`(경제적 안정, 경제적 우위, 경제적 발전, 경제적 평등, 경제적 불안)만 고려했다. 조사를 한 곳이 대기업 경제연구소란 것과 사뭇 어울린다고 할까.
현대경제연구원(HRI)이 연 2회 발표하는 `경제적 행복 지수(Economic Happiness Index)`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3년 6월말 현재 `경제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대졸 이상 학력의 고소득, 미혼의 30대로 공무원에 종사하는 여성이고, `경제적으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산과 소득, 학력이 낮은 60대 이상의 기타/무직 종사자다.
딱 상식 수준인 이 결과보다 더 눈길이 간 대목은 임금피크제와 시간제일자리에 대한 응답이다.
"임금피크제에 해당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5%가 긍정으로 답했고, 50대 이상 남성 고액연봉자들의 참여의사 표시가 두드러졌다. 참여의사가 없다고 한 응답자들은 연봉 감소 우려, 조기퇴직 후 제2의 인생에 대한 기대를 이유로 꼽았다.
"시간제일자리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1%가 그러겠다고 했고, 기혼자, 주부, 40~50대, 저소득층, 저학력자가 관심이 높았다. 그리고 참여를 꺼린 응답자들은 차별과 낮은 소득을 염려했다.
두 제도의 특징을 볼 때, 이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로 판단된다. 그러나, 답이 새롭지 않다고 의미 있는 시사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실업문제의 대책으로서 임금피크제와 시간제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임금 피크제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우려점이 얼마나, 어떻게 해소될 지가 관건이다.
이 제도들이 기업 위주로 노동 유연성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거나 건실한 일자리 창출을 위축시키고 경제구조 내 최약자를 양산하는 역효과를 내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한다.
`밥그릇`이라는 절실하고 적나라한 비유의 원관념인 `일자리`에 `나눔과 공유`의 컨셉트를 가미한 시도가 과연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대개 글로벌 랭킹 경쟁이 마뜩잖은 필자이나 행복지수라면 기꺼이 상승을 응원할 것이다. 부디 임금피크제와 시간제일자리 확대가 긍정적으로 정착해 순위 상승에 기여하길 바란다.
김종화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