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6200억 비자금 '종잣돈'은 선대회장 상속재산"

檢 "국내 비자금 3200억원은 '상속재산+횡령금' 불려 조성"
"비자금 상당부분 미술품 매입에 사용..경매 통해 '재테크'"

입력 : 2013-07-18 오후 3:02:2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특경가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불법 비자금 6200억원의 종잣돈은 이 회장이 선대인 故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받은 상속재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검찰은 "이 회장의 비자금은 선대로부터 받은 돈을 장기간 운용해 조성한 것으로 이 돈이 비자금에 혼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회장은 해외 비자금으로 2600억원, 국내 비자금으로 3200억원을 조성했으며, 이 중 국내 비자금은 선대 상속재산 약 3000억원과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수백억원의 돈을 횡령한 것을 운용해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또 해외 비자금의 경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해외법인에서 종잣돈을 마련해 주식 등에 투자해 증식하는 방법으로 조성했다.
 
이 회장의 비자금과 상속재산의 관계는 2008년 검찰의 표적이 된 적이 있었으나 이 회장이 자진해서 상속에 따른 양도세 1700억원을 국세청에 납부하면서 수사를 피한 적이 있다.
 
검찰은 이번에 기소된 비자금 액수가 조세포탈 546억원, 횡령 963억원, 배임 569억원 등 총 2078억으로, 전체 비자금 액수와 차이가 큰 것에 대해 "공소시효 때문에 2004년 이후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소시효 제한이 없었다면 처벌할 수 있는 비자금 금액이 더 많아 졌을 거라는 얘기다.
 
◇박정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18일 'CJ그룹 횡령·배임·조세포탈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맨 왼쪽이 이번 사건을 수사한 윤대진 특수2부장.
 
검찰 수사에서 확인 된 이 회장이 운용한 해외 페이퍼컴퍼니는 총 19개로 확인됐으며, 이 회장은 이 가운데 7개를 직접 조세포탈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페이퍼컴퍼니는 이 회장 자신의 이름이나 해외법인 임직원들의 이름으로 등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이들 페이퍼컴퍼니 계좌를 2~3년 사용하다가 바꾸는 수법으로 법망을 피해왔으며, 나머지 12개는 주식투자로 발생한 수익을 이체해서 소비하는 데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의 상당부분을 해외 유명 미술품을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 미술품은 정당한 투자나 개인 취미 등으로 위장하기 쉽고 경매 등을 통해 이익을 내기도 쉽다는 데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은 2001~2008년 약 1400여억원을 투입해 해외 미술품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은 “국외로 나간 재산 상당부분이 미술품으로 바뀌어 국내로 들어왔다”며 “미술품을 경매 등을 통해 되파는 방법으로 늘어난 비자금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미술품을 사들이는 과정에는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깊게 개입되어 있다. 홍 대표는 본인의 탈세 의혹 외에 이 회장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수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 회장이 홍 대표 등을 통해 사들인 미술품은 대부분 국내에 있으나 전시 목적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작품들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검찰은 2009년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을 통해 국세청 등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조사했으나 단서나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두 자녀에게 수백억을 편법증여했다는 부분과 화성동탄물류단지를 편법적으로 매입하면서 거액의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한 결과 불법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구속기소로 검찰은 수사를 일단락 지었으나 추가로 이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 등과 관련해 CJ그룹측의 해외 차명계좌를 쫓고 있다.
 
검찰은 사법공조를 요청한 홍콩과 싱가폴 등에서 관련 자료가 도착하는 대로 분석을 마쳐 이 회장에 대한 추가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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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