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박근혜 대통령과 북악산성

입력 : 2013-07-26 오후 4:51:58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정치권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으로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이슈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정국을 뒤흔드는 주요 현안에 청와대가 침묵만 지키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관한 일이 아닌데도 마치 남의 집 일인 듯 대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수면위로 부상한 이후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6월24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밝힌 게 전부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개입 사실이 검찰조사에서 확인된 데 이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이 불법적으로 유출돼 지난 대선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활용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은 오히려 정치권이 정쟁만 일삼고 있다면서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불교계 지도자들과 함께 한 만찬에서 "우리 정치가 자타불이(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뜻)의 부처님 마음을 회복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의 길에 앞장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정치권이 국정원 국조와 NLL 논란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최근 부쩍 대외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 정상들을 국내로 초청해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는 한편 경제살리기와 관련된 대내외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진흙탕 싸움판이 돼버린 정치권에서 한 발짝 떨어져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같은 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주말마다 서울 시청앞 광장을 가득 메우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비판하는 촛불시위 행렬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고 학계와 시민단체들의 시국선언도 잇따르는 등 여론이 악화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특히 미국 CNBC 방송은 최근 서방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NLL 대화록 논란 때문에 탄핵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북악산성의 높은 담에 둘러싸여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박 대통령이 현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국내외에서 비등하고 있고, 그러한 민심은 천심이라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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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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