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한 문재인 의원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한 이후에 서울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에 당 지도부에 부담을 줬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이 3일 처음으로 여는 장외 집회인 국정원 사건 국민보고대회에 문 의원의 참석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선택에 따라서 한편으로는 엄청난 동력이, 또 한편으로는 당과 본인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이든 그에 따른 논란이 불거질 수 있을 전망이다.
문 의원이 3일 '국민보고대회'에 불참할 경우, 보고대회 동력이 당장에 힘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민주당의 이틀간 대국민 홍보전에서 시민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야권 성향 시민들 일부는 "왜 이제서야 나왔냐"며 민주당을 힐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시민들의 미적지근함을 바꿀 힘은 민주당 내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유일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불참이 지도부 위에 군림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힘을 실리게 할 수도 있다.
한동안 문 의원은 '정상회담 대화록' 이슈를 사실상 주도했다. 당시 문 의원은 입장을 정리한 후 지도부에 사전에 알리는 식의 방식을 취했다. 결국 그동안 'NLL 이슈'와 관련해 "문재인만 보이고, 민주당 지도부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당이 총력을 다해 준비한 '국민보고대회'에 민주당 의원 127명 중 한 명으로서 당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지도부를 무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사진=문재인 의원 페이스북)
반대로 문 의원이 참석할 경우 국민적 관심을 끄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문재인 의원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문 의원의 참석은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을 결속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문제는 역풍이다.
3일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는 '시국회의' 측과 같은 무대를 쓴다. 민주당 행사는 6시에 시작해 50분간 진행되고, '시국회의' 주최 촛불집회는 7시에 시작될 예정이다.
문 의원이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할 경우, 곧바로 이어지는 시민단체 주도 촛불집회에서도 자리를 지킬 것인지 관심이다. 만약 계속 참석을 하는 경우엔 부담스런 국면이 열릴 수 있다.
'시국회의' 촛불집회에서는 그동안 '대선 불복종' 주장이 심심치 않게 나왔고, 심지어 '하야' 구호가 나온 적도 있었다. 문 의원이 이 자리에 함께 할 경우, 새누리당의 '대선 불복' 주장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의 이런 주장을 그동안 조목조목 반박하며, '대선 불복종'으로 비춰질 경우의 역풍에 대해 우려해왔는데, 문 의원의 '시국회의' 촛불집회에 참석할 경우 새누리당은 총공세에 나설 것이 확실해 민주당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반대로 문 의원이 '국민보고대회' 후 '시국회의'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현장의 시민들로부터 직접적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은 문 의원 스스로에게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의원은 침석여부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의원실 관계자는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