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역농협 임원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사실을 공표해 비난한 경우 공직선거와 달리 그 사실이 진실된 것이라도 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농업협동조합법 관련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전주 지역 모 농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다른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A씨가 "공직선거법과는 달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도 처벌토록 규정한 구 농업협동조합법 50조 3항 등은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지역농협 임원 선거는 공직선거에 비해 선거구나 선거권자의 범위가 협소하고, 그 내부에서 인정과 의리가 중시되므로, 선거권자와 지지하는 후보자 사이의 연대 및 선거권자와 반대하는 후보자 사이의 반목이 강한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특성으로 지역농협 선거는 후보자비방을 통한 흑색선전과 과열·혼탁선거의 가능성이 공직선거에 비해 상당히 높고 후보자비방행위의 부작용은 선거 후에도 지속돼 조합원 상호간의 인적 신뢰의 붕괴를 가져오고, 그로 인해 지역농협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거나 존속 자체가 위협받게 될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지역농협선거의 특성을 고려할 때 농업협동조합법이 공직선거법과 달리,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관한 위법성 조각사유를 두지 않고, 사실적시에 의한 후보자비방행위와 허위사실공표행위를 같은 법정형으로 규율한 것을 헌법에 반하는 자의적인 차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이수·이진성·안창호·서기석 재판관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와 그 성격이 다를 바 없는 해당 법률조항에 공직선거법과 달리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관한 위법성조각사유를 두지 않는 것은 형법상 일반 위법성조각사유의 성립에 필요한 엄격한 요건을 고려할 때 조합원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위헌의견을 냈다.
또 "거짓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를 비방하는 행위는 그 죄질 및 그에 따른 책임의 경중이 크게 다르므로, 이 둘을 동일한 법정형으로 규율하는 것 역시 불합리한 차별로 위헌"이라고 밝혔다.
A씨는 2010년 6월 실시된 전주지역 모 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다른 후보자에 대해 거짓 사실을 공표하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비방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 재판을 받던 중 자신의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농협법 관련 규정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전경(사진=헌법재판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