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병행수입 확대 본격 시행을 앞두고 수입 브랜드 가격 인하 등 패션업계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병행수입 통관 인증제' 를 시범 시행한 이후 이번달 20일부터 확대키로 결정했다. 수입브랜드 제품의 가격 거품을 빼고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목적이다.
◇ 수입브랜드, 릴레이 가격 인하.."살아남기 위한 선택"
병행수입 확대에 가장 긴장하는 쪽은 수입브랜드 업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명품과 유명 수입브랜드 제품이 국내로 들어오면 독점권을 소유했던 업체들로서는 상당한 타격일 수 밖에 없는 것.
가뜩이나 내수경기 침체와 SPA브랜드 돌풍으로 고전하고 있는 중에 또 다른 역풍을 만난격이니 시름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가격 인하' 다. 랄프로렌코리아는 '폴로' 가격을 올 가을시즌부터 40% 인하키로 결정했고 '폴로키즈' 등 유명 아동 브랜드 업체들 역시 줄지어 가격을 내리고 있다. 이 밖에 일부 수입브랜드 업체들도 가격인하에 동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격거품을 스스로 빼지 않을 경우, 궁지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수순이기도 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수입브랜드의 경우, 그동안 현지와 국내에서의 판매 가격차가 상당히 컸었던게 사실" 이라며 "병행수입이 확대될 경우, 가격노출이 쉬울 뿐 아니라 더 저렴한 가격을 내놓는 병행수입 업체들에게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격 인하를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처지" 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병행수입 최대 수혜자(?)
정부의 병행수입 확대 정책을 전면에 나서 반기는 쪽은 대형마트다.
제품 진위여부에 대한 불신으로 그동안 병행 수입상품 시장이 확대되지 못했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진품을 보장하는 QR코드(수입자, 상표명, 원산지 등 물품의 통관 정보를 담은 통관 표지)부착 서비스를 올해 정식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가 병행수입 제품 판매를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릴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네 대형마트에서도 백화점에서 파는 똑같은 옷을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굳이 백화점에 가서 더 비싼 돈을 주고 제품을 구입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 며 "백화점이나 브랜드매장보다 접근이 유리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브랜드 제품을 다양하게 확보해 판매한다면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미국 LA사무소를 통해 병행수입 가능한 업체들을 물색중에 있으며 올해 약 80억원 가량의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병행수입 확대 부작용 우려 목소리 높아
일각에서는 병행수입 확대가 패션업계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 패션 시장에서 수입브랜드 제품의 볼륨이 급격히 확대될 경우, 고가 수입브랜드와 SPA로의 시장 양극화는 더 극심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되면 국내 토종 브랜드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게되면서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설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병행수입으로 인해 가격질서가 파괴되면서 가격에 대한 불신이 곧 상품과 브랜드 자체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병행수입 확대를 시행한 나라에서는 인터넷에서 최저자가로 상품을 내놓아야 겨우 팔릴정도로 유통질서가 무너진 사례도 관찰되고 있다" 며 "결국 이것은 기업과 소비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한 상생구조를 만드는데 큰 걸림돌이 될 것" 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