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연동제, 출발부터 '삐걱'

소비자단체協 "우유가격 인상 빌미 제공"

입력 : 2013-08-12 오후 3:56:13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우유업계의 가격 인상폭 결정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유가격 결정 때마다 반복되던 낙농가와 업체 사이의 줄다리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원유가격 연동제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 되고 있다.
 
12일 한국유가공협회 등에 따르면 이번에 일부 업체가 제시한 250원 인상안에는 지난 5년 동안의 원가 인상요인이 반영됐고,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와 논의를 벌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원유가격 이외의 제조비, 유통비 등 상승요인을 반영하지 못해 결국 2008년부터 5년 동안 원가 인상요인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이번 우유가격 인상폭에는 제조뿐만 아니라 유통 마진도 포함된 것인데 제조업체만 인상 효과를 본다는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달 1일부터 적용된 원유가격 인상분에 따라 업계 전체적으로는 매일 6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유 제조업계에만 손실을 보고 있는 것에서 산업 전체가 만족할 수 있도록 발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그동안 우유 생산비의 변동률이 5% 이상 차이가 날 때 3~4년 주기로 협상을 거쳐 원유가격을 결정한 것에서 매년 통계청 우유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처음 적용되는 연동제에 따라 ℓ당 834원이었던 원유가격이 이달 1일부로 106원 오른 94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 2011년 8월 이후 2년 만에 12.7% 인상된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단체는 이번에 오른 원유가격 106원과 비교해 우유업체가 제시한 250원 인상안은 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제조업체에서는 원유가격 인상폭인 104원 이외에 144원의 추가 마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유업체에서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지 상황을 지켜본 후 앞으로의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원유 생산자를 보호하려는 원유가격 연동제의 취지는 좋지만 이를 악용해 기업이 우유가격을 인상할 빌미가 제공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제도의 취지를 다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서울과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에서 '우유가격 과다인상 반대'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우유업계가 인상을 유보하면서 이를 취소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 시행된 제도인 만큼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본다"며 "우유업계와 유통업계가 시장원리를 고려해 합리적인 가격을 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매일유업(005990)과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8일과 9일 각각 우유가격을 250원 올릴 예정이었지만 하나로마트를 포함한 대형 할인점 4곳이 인상을 거부하면서 이를 보류한 상황이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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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