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로존 경제가 6분기 동안 이어오던 경기침체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회복세가 완연한데다 유로존 성장에 걸림돌이었던 부채국들과 중앙 유럽국들의 경제사정 또한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취약하고 유럽 당국이 풀어놓은 막대한 자금이 시장에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2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유로존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 플러스로 전환된 것은 7분기 만에 처음이다. 지난 1분기까지 유로존 GDP 성장률은 18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유로존 GDP 성장률은 (-)0.3% 였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14일 오후 6시(한국시간)에 유로존 2분기 성장률을 발표할 예정이다.
◇독일의 귀환..제조업·서비스 ‘활기’
독일은 유로존 경제 회복을 주도한 일등 공신이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이자 17개 회원국 총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독일 경제가 살아나면서 유로존 GDP가 확 개선된 것이다.
실제로 13일(현지시간) 유럽경제연구센터(ZEW)는 이달의 투자자신뢰지수가 42.0으로 예상치인 39.9와 전달의 36.3을 모두 능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도 개선됐다. 마르키트에 따르면 독일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50.3으로 전달의 48.6과 전문가 예상치인 49.2를 모두 웃돌았다. 독일의 서비스 PMI도 52.5를 기록해 전월의 50.4와 예상치 50.7 모두를 능가했다.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확장을, 이하면 위축을 뜻한다.
◇독일 8월 투자신뢰지수 <자료제공=ZEW.de>
독일 경제가 그간의 부진을 딛고 곳곳에서 청신호를 보내자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7% 성장했다. 이는 지난 1분기의 0.1%와 전문가 예상치인 0.6% 모두를 웃도는 수치다.
유로존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독일의 선전에 힘입어 예상치를 웃돌았다. 유로존 제조업 PMI가 경기확장을 뜻하는 50을 넘어선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에이라인 슈위링 ABN AMRO 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기초 경제여건이 호전되면서 유로존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로존 문제아 이탈리아·스페인 ‘회복’
유로존 성장에 줄곧 발목을 잡았던 부채국들도 유로존이 침체를 털어내는데 일조했다.
완연한 회복세는 아니지만, 재정 위기 불안감에도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중심으로 조금씩 회복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베렌버그에 따르면 이탈리아 6월 산업생산이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그리스의 산업생산은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동시장도 개선됐다. 특히 스페인 실업률이 소폭 낮아지면서 유로존 노동시장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제공했다. 지난달 27%의 스페인 실업률은 2년 만에 처음으로 소폭 하락했다.
이 같은 회복세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주요 위기국의 2분기 성장률이 0.1~0.2%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그 동안 잠잠하던 중앙유럽국들도 가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체코와 헝가리 등 중앙유럽국들의 2분기 성장률이 효율적인 재정지출에 힘입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리 스코프 소시에테 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체코의 2분기 성장률을 0.1%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분기의 (–)마이너스 1.1%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 스코프는 체코 정부가 동서부 지방 고속도로와 고속철 공사를 단행한 덕분에 GDP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헝가리도 마찬가지다. 헝가리는 유로존 국들을 상대로 한 수출이 증가하고 정부가 주도한 기반시설 마련 프로그램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헝가리의 2분기 성장률 예비치는 전년동기 대비 0.6%로 이는 지난 1분기의 (-)마이너스 0.9%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카메론 와트 블랙록 최고투자전략가(CIO)는 "유로존 경제가 단시일 내에 완전히 회복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 정황을 미뤄보았을 때 확실히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부채국, 중앙유럽국들이 골고루 회복세를 보이자 JP모건은 유로존이 내년에 1.3% 성장할 것이며 수입은 2년간의 감소세를 종료하고 3.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심하긴 일러..”유로존 성장은 주기적인 반등”
다만 일각에서는 유로존의 회복세가 실물경제에 기반을 둔 구조적인 성장이 아니라 주기적인 반등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경제지표만으로 유로존 경기를 낙관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유로존 성장률 0.2%는 지난 2011년 1분기의 1.2%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고, 2008년 최고점보다 3% 포인트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CNBC도 부정적인 견해에 힘을 실었다. CNBC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유로존의 미약한 성장세에 배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당국이 저금리 융자 프로그램에 1조유로(1483조9100억원)를 들이 붓는 등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지만, 여전히 대출과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딧 스위스는 최근 자금흐름과 대출시장에 극심한 정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 당국이 아무리 돈을 풀어도 그것이 기업투자와 개인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로버트 파커 크레딧 스위스 수석 고문은 "프랑스,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여전히 내외부 압력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며 "4개 유로존 주요국들이 비틀대는 한 유로존의 완전한 회복은 먼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6월 기준 유로존의 실업률은 역대최고치인 12.1%를 찍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실업률이 8%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또한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1일 ECB 통화정책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성장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시장은 취약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