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김종규" 농구 신인 1순위 지명 '안개 속'

입력 : 2013-08-15 오후 2:04:46
◇김민구가 최근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베스트5’에 선정되며 프로 1순위 가능성을 높였다. (사진=KBL)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연예인도 야구선수도 아닌 농구선수가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게다가 프로 선수도 아닌 대학선수였다.
 
어찌 보면 지극히 흔한 이름이기에 "설마 그 농구선수?"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있었다. 허재를 이을 선수라는 기대감은 그렇게 조금씩 싹텄고 농구계에 스타갈증을 해결할 김민구(경희대4, 191cm)는 조금씩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민구가 누구야?…검증 마친 만능형 선수
 
김민구는 이미 국제무대 검증을 마쳤다. 대학생 신분으로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석한 김민구는 지난 10일 마닐라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개최국 필리핀과 준결승전에서 27점(3점슛 5개)을 몰아넣었다. 한국은 필리핀에 79-86으로 졌지만 김민구의 활약은 끊어진 한국농구 슈터계보가 다시 생각날 만큼 인상적이었다.
 
다음날 열린 대회 3-4위전에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다. 김민구는 대만 수비 진영을 때로는 휘젓고 때로는 흔들어놓으며 양 팀 최다득점인 21점을 몰아넣었다. 덕분에 한국농구대표팀은 16년 만에 농구월드컵(전 세계선수권대회) 티켓을 손에 넣었다.
 
대학 무대에서 '구비 브라이언트'로 불리던 김민구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그의 별명은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를 빗댄 것이다. 김민구는 이 대회에서 9경기에 출장해 평균 12.7득점 4.1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대회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민구는 많은 취재진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얼떨떨하다"며 겸손함을 내비치는 동시에 "슈팅가드가 내 체질에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김민구는 대학무대에서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를 넘나드는 활약을 했다. 2013시즌 평균 18.6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동부는 김민구?…신인 드래프트에 관심
 
오는 9월30일 열릴 예정인 2013-2014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유력한 1순위 지명권 획득 구단은 원주 동부, 창원 LG, 전주 KCC, 부산 KT다. 이들은 각각 23.5%의 확률로 1순위 지명권을 거머쥘 수 있다.
 
당초 강력한 1순위로는 김종규(경희대4, 207cm)가 꼽혔지만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 이후 김민구 대세론도 힘을 얻고 있다. 농구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높이를 김종규가 지녔지만 내외곽에서 득점이 가능한 '만능형' 김민구를 놓치기에 아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3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 미디어데이에서는 '김민구와 김종규 중 누가 프로 지명 1순위가 될 것인가'가 화제로 떠올랐다. 프로, 대학, 상무 16개의 각 팀 감독과 선수 각 1명씩 참석한 가운데 경희대는 최부영 감독을 포함해 김종규와 김민구가 참석하며 이런 궁금증을 증폭했다.
 
각 구단들이 1순위 지명권을 얻었을 경우 김민구를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구단은 동부다.
 
이날 이충희 동부 감독은 "아직 결정된 부분이 없고 팀에 녹아날 선수를 뽑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선수 구성을 봤을 때 동부는 김주성 이승준이 건재하고 윤호영이 시즌 막판 상무에서 돌아온다. 지난 외국선수드래프트에서 골밑 경험이 풍부한 허버트 힐을 뽑아 막강 높이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동부가 1순위 지명권을 얻을 경우 김민구를 선택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높이는 이미 충분히 갖췄기 때문이다. 이충희 감독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김민구를 두고 "대기만성형 선수"라고 하기도 했다.
 
◇김민구? 김종규? 조심스런 구단들
 
그 외에 LG, KCC, KT는 관망하는 입장이다. 각 팀 감독들은 즉답을 피했다.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철저히 따져보겠다는 의중이다.
 
김진 LG 감독은 "두 선수(김민구 김종규) 외에도 좋은 선수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는 우리 팀에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수를 살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에 맞는 가장 적합한 선수를 뽑겠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다만 LG는 비시즌 슈터 문태종과 가드 김시래를 영입했다. 상대적으로 골밑 자원인 김종규가 더 필요할 것이란 주장이 설득을 얻고 있다.
 
허재 KCC 감독은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두 명(김민구 김종규)도 있고 다른 타 대학 좋은 선수도 있다"면서 "팀에 맞는 좋은 선수를 뽑을 생각"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KCC는 현재 박경상, 김효범, 강병현 등의 외곽 자원과 공익 근무 중인 하승진이 버티고 있어 허재 감독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다만 허 감독이 높이를 좋아한다는 세간의 평이 있어 김종규를 뽑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전창진 KT 감독은 "(아시아선수권대회) 예선에서는 김종규가 좋았고 결승리그에서는 김민구가 좋았다"면서 "이 자리에서 누구를 뽑겠다는 결정은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KT는 가드자원에 김현중, 조성민, 윤여권, 김현수가 있다. 골밑 자원에는 장재석, 민성주, 송영진 정도가 있다. 김종규를 뽑으면 장재석과 겹치고 김민구를 뽑으면 조성민과 겹친다. 하지만 백업자원과 신예 선수들의 가능성을 봤을 때 어떤 선택이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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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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