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현지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국내 경영 여건이 더 어려워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 기대됐던 국내로의 유턴은 어렵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해외공장을 운영 중인 제조업체 700개사를 대상으로 '국내외 제조업 경영환경 변화와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4곳(37.9%)이 '해외공장 경영여건이 과거보다 악화됐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호전됐다'는 응답은 그 절반도 안 되는 15.4%에 그쳤다.
사정은 국내도 마찬가지. 국내공장 경영여건을 묻는 질문에 기업들의 31.4%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호전됐다'는 답변은 13.6%에 불과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조업체들의 경영여건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어려워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내외 공장 경영여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자료=대한상의 제공)
해외공장 경영환경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임금인상 및 노사갈등'(72.7%)을 첫 손에 꼽았다. 이어 '규제강화'(12.6%)와 '외국인투자 혜택축소'(9.5%)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국내 경영여건이 해외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대다수 해외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국내 유턴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국내와 해외의 경영여건을 비교했을 때 응답 기업의 대다수인 78%가 '해외시장이 더 낫다'고 답했고, '국내가 낫다'는 답변은 22.0%에 불과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현지 해외공장을 타 국가로 이전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10곳 중 9곳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로 유턴할 의향이 있는 기업은 1.5%에 그쳤다.
해외공장이 국내로 유턴할 경우 겪는 애로요인으로는 '인건비 부담과 경직적 노사관계'(43.0%)가 첫 손에 꼽혔다. 이어 '현지 철수 절차 및 국내 이전 부담'(32.7%), '해외 현지시장 점유율 감소'(19.0%) 등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한편 해외공장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기업들이 '판로개척과 생산비용 모두 절감하기 위해서'(60.0%)라고 답했고, '생산비용 절감'(25.9%), '진출국 시장 판로개척'(12.0%)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최근 미국 정부의 '자석경제론'과 일본 '아베노믹스' 예처럼 선진국들은 해외공장의 국내 유턴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환경 개선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우리도 해외공장의 국내 유턴 지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