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경기 아쉽다"..'뜨거운 열기' 프로야구 제2구장

입력 : 2013-08-20 오후 3:47:21
◇프로야구 2013시즌 제2구장 경기 일정 및 결과.
 
[청주·군산·포항=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올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좀처럼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지난 13~16일 SK와 두산을 차례로 만난 KIA는 4경기 모두 패하며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진에도 제2구장은 성황을 이루었다. 프로야구 제2구장에서 치러지는 경기가 흔치않기 때문이다. 한화는 제2구장이 위치한 청주에서 평일에 경기를 치렀지만, 평균 7000명대의 관중이 방문하기도 했다.
 
폭염과 휴가철이라는 악조건도, 제2구장의 야구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 13일 충북 청주구장은 많은 팬들이 찾아 붐볐다. (사진=이준혁 기자)
 
◇교통의 요지 청주구장, 한화만 잘 했다면..
 
"아무리 꼴찌긴 하지만 동네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지켜볼 기회가 흔하진 않기에 퇴근하자마자 곧바로 왔어요" (이성윤·29·청주시 개신동)
 
한화는 시즌 초부터 부동의 꼴찌다. 
  
하지만 지난 13일 방문한 청주구장은 여느 상위권 구단의 구장과 다를바 없었다. 평일인탓에 '만원관중'을 이루지 못했지만, 좌석수가 리모델링 이후 1만500석으로 크게 늘어났음에도 관중들로 붐볐다. 좌석수가 전처럼 7500석이었다면 매진도 가능했을 상황이었다. 
 
청주구장은 최근 리모델링을 마쳤다. 1년2개월간 42억여원을 들여서 진행한 공사로 청주구장은 고질적인 배수 문제를 해결했고 덕아웃 또한 넓어졌다. 좌석수도 늘고 '익사이팅존' 등의 특수석도 생겨났다. 
 
신희은(32·청주시 복대동) 씨는 "서울 잠실이나 인천 문학처럼 좋은 구장을 바라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안다. 지금 이 정도 야구장도 대한민국 환경에서, 그것도 기초지자체 야구장 치곤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경기 수가 너무 적다. 올해는 고작 4번이고 지난 6일에는 비로 경기가 취소됐다"고 아쉬워했다.
 
청주는 도시 규모가 크지 않다. 지난 7월말 현재 청주 인구는 67만6943명(청주시 발표)으로 창원에 이어 비수도권 일반시 최대 규모를 자랑하나, 시가지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데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또한 야구장은 도시의 중앙인 사직동에 있다. 퇴근길에도 자가용으로 15분이면 충분하다. 최근 공단과 연구소가 많이 건설되는 오창과 오송도 멀지않다. 소속팀 성적만 좋다면 충분히 관중들이 몰리며 조기에 매진을 이룰 수 있다.
 
관중석에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오후 6시30분 경기시작 이후에도 관중들은 연이어 입장했다.
 
그래도 성적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 상당수 관중은 1-1로 맞서던 8회초 한화가 NC에게 폭투와 도루 등으로  2점을 주자 씁쓸한 표정으로 구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전북 군산구장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들. (사진=이준혁 기자)
 
◇KIA가 다시 잃은 군산..관중의 사랑은 여전
 
"아무리 그래도 전북 연고팀이 생기지 않는한 군산은 타이거즈를 응원할 겁니다. 최근 KIA가 다소 주춤해 속상하긴 한데 분명히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KIA타이거즈 화이팅!" (이동준·31·군산시 나운동)
 
지난 5월9일 열린 프로야구 스카우트 회의는 중요한 자리였다. 구단별 1차지명대상 학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1차지명 대상 학교는 구단별 연고지 기준 5개교씩 구분하되 도시 연고로 5개교씩 배정한 이후 미충족시 광역 연고에서 우선 구분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래도 미충족 시에는 남은 고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배정했다.
 
KIA는 이 과정에서 또 군산을 잃었다.
 
지난 1990년 쌍방울의 창단으로 군산을 비롯한 전북지역이 KIA(당시 해태) 연고에서 벗어났다. 이후 쌍방울 구단이 문을 닫으면서 전북이 다시 연고지역으로 돌아왔지만, 이번 회의의 추첨을 통해 군산상고는 NC에게 배정됐다. '남은 고교' 대상으로 진행된 추첨의 결과다. 공교롭게도 전북 지역의 다른 야구부인 전주고 또한 NC의 몫으로 돌아갔다.
 
또한 KIA는 최근 연패하며 7위까지 추락했고, 올해도 '가을 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17일 오후 열린 군산 경기는 이같은 배경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같은 악조건도 관중 유치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야구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원정팀 LG가 1회초 한꺼번에 3점을 내며 초반부터 앞서갔지만 관중들은 연이어서 들어왔다. 이날 관중은 9554명에 달했다. KIA의 올시즌 홈 관중수 평균(8842명)을 웃도는 수치다.
 
경기장은 노란색 응원봉 물결이 넘실댔고, 응원단장의 커다란 목소리에 수많은 팬들의 응원이 더해지며 구장은 KIA에 대한 응원으로 가득 찼다. 홈팀인 KIA의 패배가 팬들에게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지난 18일 경북 포항구장은 많은 팬들이 찾아 붐볐다. (사진=이준혁 기자)
 
◇올스타전 치른 포항, 갑자기 줄어든 경기 수에 '격앙'
 
"예정된 경기를 갑자기 대구로 바꾸다니 무척 화납니다. 게다가 장소변경 이유가 '시설 개·보수'랍니다. 만든지 딱 1년 된 최신의 구장입니다. 포항시가 부실시공해 보수하는 것입니까?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입니까?" (임지원·30·포항시 장량동)
 
"가뜩이나 축구 경기만 하던 곳입니다. 그런데 야구장이 지어지고 올스타전 경기도 치르면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취소하다니요. 오늘 경기에 오긴 했는데 포항 야구팬들 화가 많이 났습니다" (유선진·29·포항시 지곡동)
 
지난 7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다음달 3~4일로 예정된 KIA와의 경기를 당초 예정된 포항이 아닌 대구로 장소를 옮겨 연다고 밝혔다. 당시 KBO는 "포항구장 시설 개보수로 경기 장소를 바꾸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8일 오후 포항 구장을 찾은 팬들은  변경사유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왜 이 좋은 구장의 어디를 보수한다고 포항에 경기를 줬다 빼앗는 것이냐"며 격앙된 시민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8월 개장한 포항야구장은 내야 1만747석, 외야(잔디) 4000석 등 1만4747석 규모의 경기장이다. 삼성은 지난해 개장을 기념해 한화와 주중 3연전을 치렀고, 당시 입장권은 매진됐다.
 
올해도 포항야구장은 인기가 많았다. SK와 4월에, KIA와 5월에 각각 3연전을 치르며 성황리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7월의 올스타전 당시에는 2시간 30분만에 표가 매진됐다.
 
이처럼 인기가 좋다보니, 18일 경기에서는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포항구장은 주차공간이 넓고 위치적으로도 외부 유출입이 편리하다. 경기장도 새로 건립해 시설이 좋고 외야석은 잔디로서 차후 여건에 따라 확장하기 용이하게 구성했다.
 
하지만 최상급인 인프라와 달리 구장의 운영에는 다소 아쉬운 면이 느껴졌다. 매점 등 편의시설이 부족했고 테이블석은 청결하지 않았다. 의자에 앉았다가 스커트에 무언가 묻은 듯 울상짓는 여성관객의 모습도 보였다.
 
연고지역의 팬들을 위해 제2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결정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도 준비가 철저할때 팬들의 박수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구장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인프라의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야구 열기를 이용한 지자체 홍보도 좋지만 인프라 확충과 사후 관리도 말끔히 해야 뒷말이 없다. 
 
◇지난 18일 경북 포항야구장에서 올해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인 삼성-넥센 경기가 열렸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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