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치권에서 전세난 해법으로 전월세상한제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제도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결국 전셋값 폭등을 불러 올 것이라는 우려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전월세상한제는 재계약 시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임차인에게 1회 계약갱신요구권을 허용해 최장 4년까지 거주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집주인의 무차별적인 재산권 행사를 막아 전세값 상승을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힘으로 억누르는 규제는 다른 부작용을 부를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집주인들은 전세보다는 월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월세로 임대계약을 전환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1~7월) 전체 임대차 계약 83만6637건 중 월세는 32만5830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39%가 월세 계약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은 34%였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값상한제를 둔다면 집주인이 전세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며 "세입자는 울며겨자먹기로 월세로 옮겨가거나 더 치열해진 전세집 찾기 경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한승수)
전세집의 월세 전환에 따라 전셋집 공급 부족은 만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현재 전세난의 이유가 전셋집 부족 때문 이라면 전월세상한제는 전세집 부족을 부채질할 것이다"면서 "매매시장으로 돌아서는 수요가 급증하지 않는 한 전세난은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4년 동안 재산권이 제한받음에 따라 집주인이 전셋값을 선반영시켜 전세값은 폭증할 위험도 있다.
계약보장기간이 1년이었던 임대차보호법은 지난 1989년 12월 현행과 같은 2년으로 연장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논의된 1989년 전국 평균 전셋값은 22.3%나 폭등했다. 실제 적용된 1990년에도 20.9%나 올랐다.
당시 개정이 임대차보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안이었다면 이번에 논의되는 내용은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제일공인 관계자는 "4년 후 전세시장이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지금같은 임대인 절대 우위시장에서는 무조건 오른다는 가정하에 4년치 임대료가 일시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야당은 전세가상한제로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존재하지 않는 분양아파트와 당장 사용해야만 하는 전세와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역사적으로도 생필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가 얼나마 큰 부작용을 불러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