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2세, 3세, 4세 자산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세 총수들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태영, 웅진, LS 등 중견그룹의 자산 승계율이 90%를 넘어 최종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중에서는 롯데와 두산의 자산승계가 완성됐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자산승계율이 각각 22.8%, 34.1%로 나타나 비교적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CEO스코어는 국내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의 자녀에 대한 주식 자산 승계율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자산 승계율은 30.03%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자산 승계율은 경영권을 갖고 있는 총수와 부인, 직계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는 가족 전체 자산 대비 자녀들의 소유 자산 비율을 뜻한다. 총수는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집단에 명시된 '동일인' 기준이다.
자산은 상장사의 경우 지난 26일 종가 기준, 비상장사는 2012년 회계연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공정개래법에 따른 순자산가치에 개인별 보유 지분율을 곱해 산출했다고 CEO스코어는 설명했다.
43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자산 승계율이 90%를 넘어 완성단계에 있는 그룹은 태영, 웅진, LS, 롯데, 두산 등 5곳이였다.
윤세영 태영 명예회장의 자산은 상장사인 SBS미디어홀딩스 28만주를 보유하는데 그쳤다. 자산 가치는 13억원. 반면 장남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은 상장사 태영건설 지분 27.1%와 비상장사 블루원 등 총 4개사의 주식을 보유, 자산가치가 1697억원에 달했고, 장녀 윤재연 씨는 비상장 2개사의 지분으로 207억원의 자산을 보유해 승계율이 99.3%에 달했다.
최근 사기성 어음 발행으로 불구속 기소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도 자산 승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남인 윤형덕 웅진그룹 경영기획실장과 차남인 윤새봄 웅진케미칼 차장에게 자산을 96.7% 넘겼다. 윤 회장과 부인인 김향숙 씨가 보유한 자산은 158억원인 데 반해, 장남과 차남의 자산은 4680억원에 달했다.
LS그룹도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자산은 99억원이지만, 장남 구자홍 LS미래원 회장 759억원, 차남 구자엽 LS전선 회장 457억원, 3남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503억원 등으로 승계율이 94.5%로 조사됐다.
5대그룹 중 자산승계율이 유일하게 90%를 넘는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총 주식자산이 2722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거의 전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해 자산이 2조235억원에 달했다.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1조8565억원,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2971억원, 차녀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164억원 등으로 2세들이 보유한 자산은 총 4조1935억원으로 승계률이 93.9%로 집계됐다.
두산도 박용곤 명예회장의 자산은 420억원인데 반해 장남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부인 김소영씨 부부(2095억원),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부인 서지원씨 부부(1395억원), 장녀 박혜원 두산매거진 전무(702억원)으로 자녀들의 자산이 박 명예회장보다 무려 10배나 많았다.
자산승계율이 50%를 넘어 실질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그룹도 한솔(고문 이인희 79.2%) → 효성(회장 조석래 71.9%) → 영풍(회장 장형진 65.4%) → 동부(회장 김준기 62.1%) → 한국타이어(회장 조양래 56.2%) 등 5곳이었다.
반면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산승계율은 각각 22.8%, 34.1%에 그쳐 상대적으로 미비했다. 이는 두 그룹의 향후 숙제를 보여준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씨가 총 12조4262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반면,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각각 2조5474억원, 6370억원, 4883억원으로 총 합이 3조6727억원이었다.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 회장의 자산은 6조558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3조503억원),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1179억원),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1182억원)과 남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909억원), 3녀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45억원)와 남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166억원) 등을 모두 합쳐도 3조3984억원에 불과했다. 정 회장이 보유한 자산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LG는 27.4%의 진도를 보였다. 구본무 회장과 부인 김영식씨의 자산은 총 1조7935억 원이었고, 장남 구광모 LG전자 부장(5664억원), 장녀 구연경(1034억원), 차녀 구연수(50억원)의 자산은 총 6748억원이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도 1100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SK(회장 최태원), 현대중공업(대주주 정몽준 의원), STX(회장 강덕수), 코오롱(회장 이웅렬),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 교보생명보험(회장 신창재), 한국투자금융(부회장 김남구), 이랜드(회장 박성수) 등은 자산승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CEO스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