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부산 시립미술관역 인근 진입로를 통해서 부산울산고속도로로 15분동안 달리면 기장일광IC가 나온다. 나들목 주변은 "여기가 부산시 맞나요?"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주변이 푸르른 곳이다. BS금융그룹의 부산은행 연수원을 제외하면 대형 건물도 보이지 않는 농촌이다.
나들목을 나오자마자 좌회전해 다시 1~2분 정도 차를 달리면 아시아드CC를 향하는 작은 도로가 보인다. 동해남부선 상부 고가를 건너 좌회전하면 잘 정비된 도로 사이로 큰 공터가 보인다. 이곳은 오는 2016년이면 한국 야구를 상징할만한 '명소'로 탈바꿈한다.
한국 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이 자리잡을 부지이기 때문이다.
◇'야구 명예의 전당' 조감도. (이미지제공=부산시 기장군)
◇야구 명예의 전당과 야구박물관은 어떻게 지어지나?
부산시, 기장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29일 '한국 야구박물관 및 명예의 전당'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 체결식에는 김종해 부산시 행정부시장, 정수현 기장군 부군수, 양해영 KBO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MOU에 따라 협약 3자는 향후 실시협약 체결, 예산확보 등을 위한 행정절차, 도시계획 변경, 각종 영향평가 등 세부 추진일정을 마련한 뒤 사업에 본격 착수하게 된다.
야구 명예의 전당은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리 425-1 일대에 전체 면적 3374㎡인 지상 3층 규모 건물로 건립된다. 1층에는 다목적 홀, 해외 자료실, 영상관을 갖추고 2층에는 아마관, 프로관, 야구 강의실이 들어선다. 3층은 명예의 전당과 대회의실, 옥상정원 등으로 꾸민다.
이번 공사는 야구 박물관을 포함하는 명예의 전당 건설로 마치는 것이 아니다. 명예의 전당 주변의 부지 19만6515㎡에는 한국 야구를 대표할 '야구 테마 파크'가 조성된다.
현재 계획된 야구 테마 파크는 정규야구장 4면, 리틀야구장 2면, 소프트볼장 1면, 실내 야구 연습장, 야구 체험장 등이다. 야구와 연관된 유관 시설 다수가 자리를 잡는 것이다. 이 테마 파크는 지난해 8월 부산시, 기장군, 현대자동차㈜ 간에 맺은 협약에 따라 건설된다.
재원은 부산시(명예의전당·115억원), 기장군 및 현대자동차(야구 테마 파크·223억원)이 마련했다. 완공과 개장은 2016년 예정이다.
◇'야구 명예의 전당' 건립 예정지. (사진=이준혁 기자)
◇양호한 입지와 날씨 조건
현장을 방문한 날은 지난달 31일 오후였다. 자가용을 통한 도로이용량이 많은 시간이다.
그렇지만 시립미술관역(부산2호선) 출발기준으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초반에 조금 정체 현상이 나타났을 뿐 이후로는 속도를 내며 달릴 수 있는 환경이다.
대중교통은 다소 불편해보였다. 현재 광역전철화 공사가 진행 중인 동해남부선이 부지 바로 옆으로 지나가기에 향후 접근성 문제의 큰 짐은 덜 것으로 보이나, 역이 다소 떨어진 위치에 지어지기에 보완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날씨는 상당히 맑았다. 유치전에서 기장 입지의 큰 특장점 중 하나가 맑은 날씨였다는 후문이 있는데, 사실이건 풍문이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입지도 양호하다.
이 일대는 이미 들어선 월드컵빌리지와 기장군 국민체육센터로 인해 도로 구축과 구획 정비가 잘된 곳이다. 전기와 수도를 포함한 토목공사가 용이하며 군 차원에서 종합 스포츠 타운으로 형성할 만한 곳이다. '최적지'라고 할만 하다.
◇야구 명예의 전당 예정지 인근에는 월드컵빌리지(축구장)과 기장군 국민체육센터(수영, 헬스, 인라인스케이트 등의 시설 구비)가 위치한다. 야구 명예의 전당이 지어질 곳으로 선정될 부지가 향후 야구 중심의 종합스포츠파크로 성장할 여지가 크다. (사진=이준혁 기자)
◇'토털 베이스볼 타운'으로 변할 기장의 미래
부산 기장에는 이미 두 곳의 야구장이 있다. 아시아나CC 남측의 기장읍 인근 사설야구장과 명예의 전당 부지에서 6㎞ 떨어진 장안천 야구장(공립)이 그것이다.
총 7면(소프트볼 1면 포함, 현재 기장군이 추진중인 기장 월드컵빌리지 확장 변경안이 확정되면 9면)인 야구 테마 파크의 야구장도 결코 적지 않지만 대형 시설 운영으로 주변의 야구장도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야구 테마 파크를 중심으로 적잖은 야구 관련 행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야구의 전당을 부산으로 유치하는 데에는 '한국 야구의 전당 부산유치 추진위원'으로 참가한 전용배 동명대 교수의 공이 컸다.
전 교수는 당초 사직야구장 주변 부지에 명예의 전당을 지으려던 부산시를 설득해서 기장으로 입지를 바꿨다. 사직 주변에 있으면 '롯데 명예의 전당'으로 인식돼 유치전에 불리할 것으로 보고, 종합 야구 테마파크로 키우는데 기장지역이 적합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같은 발상으로 유치 경쟁 도시였던 서울이나 인천 등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따뜻한 날씨 ▲부지의 확장성 ▲대도시 인접 외에도 숙박시설이 많다는 점은 기장의 장점이다. 유소년·사회인 야구 이벤트 행사 유치는 물론 방사능 등의 문제로 인해 일본에 나가기 꺼려하는 프로야구단 2군의 전지훈련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연간 731억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와 463명 정도의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전 교수는 "초반에는 마찰도 있었지만, 기장이 가진 특장점과 부산시의 적극적 협조로 명예의 전당을 기장으로 유치했다"며 "세계적인 야구 명소로 이끌기 위해 관계되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정부도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입지에 걸맞는 좋은 시설을 짓는 것은 이제 야구계와 지자체 공동의 과제이다. 이제 '세계에 내세워 부끄럽게 않을만한' 야구의 전당을 짓는 일만 남았다.
◇야구 명예의 전당 예정지에서 20분이내 거리인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으로는 여러가지 숙박시설이 위치하고 있다. 야구 명예의 전당과 함께 지어지는 야구 테마 파크가 또 하나의 지역 관광 명소로 자리잡을만한 이유다. (사진=이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