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디자인)100세 시대 기업 필수과목 급부상

[기획특집]유니버설디자인이 뜬다
①왜 유니버설디자인인가..급속한 고령화로 필요성 급증
인류애의 발로..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각광

입력 : 2013-09-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이었던 유니버설디자인
(UD,Universal Design)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다문화 가정등 외국인 거주자들이 늘어나며 외국인들의 편의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늘었고, 빠른 정보화로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평균 수명 연장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층이 두터워지며 UD는 지하철등 공공시설이나 휴대폰등 소비자제품을 생산하는 업계나 반드시 채택해야 할 필수 디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남을 배려하는 인류애에서 시작된 UD가 100세 시대에 어떻게 우리 생활 속을 파고들고 있는 지 집중점검해본다.[편집자주]
 
자를 땅바닥에 떨어뜨리면 줍기가 쉽지 않다. 자 표면이 바닥에 달라붙기 때문이다. 손이 작은 어린아이나, 손의 움직임이 둔한 어르신에게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이 자는 다르다. 모양이 살짝 휘어 있어서 바닥에 떨어뜨려도 쉽게 주울 수 있다. 길이를 잴 때는 휜 부분을 눌러 일자로 만들면 된다.
 
# 롯데몰 김포공항점에는 턱이 없다. 쇼핑몰 통로도 모두 널찍하다. 유모차도, 휠체어도 별다른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고 쉽게 다닐 수 있다. 쇼핑을 하다 힘들 때 쉴 수 있는 벤치들도 곳곳에 놓여있고, 식물들도 가득하다. 화장실, 식수대 등을 표시하는 픽토그램도 많아서 누구나 쉽게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왼쪽 휘어진자, 오른쪽 롯데몰 김포공항점 <자료 출처=http://www.buyking.com,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인간의 가치를 살리는 디자인
 
이 두 가지는 모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다. UD는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포함해 일반인들까지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대부분 '건강한 성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산업 사회는 더 빨리, 더 많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표준화 된 인간에 맞춰 제품을 개발 대량생산 했다. 사용자의 편의성, 개성보다는 생산자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UD는 이에 대한 일종의 반기다.
 
이연숙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는 "이제는 산업사회를 넘어 인간의 가치와 개성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정보화 사회,시민 사회가 됐다"며 " UD는 산업사회가 배려하지 못한 장애인, 노인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의 각각의 개성까지도 존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UD의 근간은 바로 고객을 위한 배려"라며 "한 사람의 고객도 소외시키지 않고 모든 고객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더욱 의미있는 가치가 되면서 UD도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급속한 고령화.. UD 재촉
 
UD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생활속에 더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기존 산업 사회의 제품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 인구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유엔(UN) 세계인구전망보고서의 추정치에 따르면 오는 2050년에는 20억명의 사람들이 노인 계층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의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 2012년도 11.7%에서 오는 2100년 27.5%로 늘어난다. 고령화의 정도를 표시하는 연령 중앙치도 29.2세에서 41.2세로 높아진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를 보인다.
 
오는 2050년에는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95.5세로 전세계 최장수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UD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분야인 시니어비즈니스도 활성화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닛세이기초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전체 시니어비즈니스 규모는 지난 1990년 33조엔(330조4790억원)에서  2010년 67조엔(741조8410억원)으로 2배가 급증한 데 이어 오는 2030년에는 77조엔(841조71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고령화로 국내외 시니어비즈니스 시장규모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진국, UD키우기 경쟁
 
UD와 시니어비즈니스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보다 먼저 늙은 선진국이 UD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온 이유다.
 
지난 1990년 미국 장애인법을 만들어 (American with Disabilites Act)를 만들어 공공편의시설, 교통시설 등에서 장애인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물리적인 장애물을 제거해야한다고 명시했다.
 
UD가 가장 활성화된 일본은 보다 적극적이다. 지난 1990년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정보처리기기의 억세서빌리티(Accessibility) 지침 도입을 시작으로, 건축물 사용 편의를 위한 하트빌딩(Heart Building)법, 제품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PL(Product Liability, 제조물책임)법, 대중교통이용 활성화를 위한 교통 배리어프리(Barrier-free)법이 차례로 제정됐다.
 
최령 생활환경디자인연구소 소장은 "UD는 공간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그 누구도 차별 받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도 일본 등 선진국처럼 UD가 보편적으로 사회 곳곳에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UD가 저성장 궤도를 타고 있는 국내 경제에 새로운 먹거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범국가적인 육성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들도 주목해야 한다.
 
고령층은 인구수와 구매력이 크게 늘고 있어 기업이 반드시 끌어들여야 할 핵심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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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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