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정부가 지난 8·28 전월세대책에서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지방재정'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자체의 주요 재정수입원인 취득세 세율이 인하되면 세수입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의 재정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취득세율을 현행보다 50%,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현행보다 25% 각각 인하하기로 했는데,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세율이 인하될 경우 내년에만 약 2조4000억원의 지방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전월세난 해결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정부와 지자체 재정난을 우려하는 지자체 및 정치권간의 기싸움으로 이달 정기국회에서 취득세 인하를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아울러 중앙정부의 정책 하나하나에 매번 휘청이는 지자체의 재정문제를 이참에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의존도를 낮춰야 할뿐만 아니라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상명하달식으로 전달하는 재정수반 정책의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 의존 구조 개혁하고 세출구조조정도 필요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과도한 재정의존을 받고 있다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안전행정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조세총수입에서 지방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국세수입으로 중앙정부가 거둬들인 것이다.
지방재정학회가 분석한 2011년 기준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51.9%에 불과하며, 재정자립도가 30%도 되지 않는 이른바 가난한 지자체는 244개 지자체 중 절반이상이다.
지자체 전체 세입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이 아닌 자체적인 수입, 즉 지방세수입과 세외수입을 모두 합한 비중이 30%가 채 되지 않는 지자체만 절반이 넘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지자체의 재정은 인구가 적을 수록 불리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각하다.
인구가 줄어도 지자체가 지출하는 지출은 그대로여서 1인당 세출은 늘어나는 반면, 1인당 세입은 줄어드는 구조다. 서울이나 대도시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자체는 재정상황이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은 지속적으로 재정상황이 열악해진다.
지방자치 선진국인 독일 등의 경우 지자체 1인당 세출이 인구에 비례한다. 많이 걷으면 많이 쓰고, 적게 걷으면 적게 쓴다는 것이다.
주만수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세입구조를 바꾼다하더라도 세출을 손보지 않으면,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지방 재원분담 "명확한 원칙 신속히 정해야"
최근 서울시의 무상보육 재정 논란과 같이 정치권에 떠밀려 결정된 중앙정부 정책사업들이 지방정부의 재원으로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지방정부의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중앙정부보다 2배 이상 높다.
한국사회보장학회에 따르면 2011년 중앙정부의 총세출에서 사회복지지출이 차지한 비중은 9.2%, 지자체의 총세출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20.8%에 달했다. 사회복지지출의 최근 4년간 증가율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7.4%, 9.5%로 지자체가 더 높았다.
또 지자체가 자체사업에 지출하는 예산은 -2%로 줄었지만, 중앙정부 보조사업에 지출된 예산은 8.7%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사회복지부문'에서 중앙정부를 보조한 돈은 지난 4년간 10.6%나 증가했다. 복지지출은 대부분 중앙정부의 법제화에 의해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세출자율권에 제약이 따른다.
주만수 교수는 "사회복지지출을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로 구분해 사회보험은 중앙정부에 책임을 지우고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 지방정부가 재원을 분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앙정부에 의해 결정된 사업을 지방정부가 의무적으로 집행해야하는 경우 중앙정부가 재원을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르웨이는 병원문제로, 스웨덴은 유치원문제로 재정책임이 중앙과 지방을 계속 왔다갔다했다"고 소개하며 "국가와 지방 중 누가 할 것인가에 함몰되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 같다"며 명확한 기준을 신속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자료=한국사회보장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