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는 '혼외자'설, 검찰총장 "배경 의아하다"

의혹 터지자 '일련의 흐름' 보며 배경 분석
검찰 안팎 '고의적 허위 제보' 배후 가능성 제기

입력 : 2013-09-06 오후 2:43:4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의아하다"
 
6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자신의 '혼외자' 의혹이 터져나오자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쾌한 기색은 있었지만 격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 배경을 꼼꼼하게 맞춰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혼외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를 지나서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존재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관련 스토리 자체를 알지 못한다는 강한 부정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혼외자' 의혹을 '검찰총장 흠집 내기' 차원이 아닌 검찰 전체를 흔드는 세력이 있을 거라는 분석이 파다하다.
 
채 총장 본인이 이날 밝힌 입장에서도 같은 맥락이 짚인다.
 
그는 의혹 보도를 부정하면서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겠다"고 맞받았다.
 
검찰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채 총장은 특정 언론사의 보도뿐만 아니고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과 관련해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배경이 있지 않은가를 깊이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4월4일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현재는 이른바 '검찰정국, '공안정국'으로 불릴 만큼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대부분 검찰에 집중되어 있다. 그만큼 도처에 깔린 것이 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검찰은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기점으로 국가정보원과 첨예한 각을 세우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물론이고 남재준 현 국정원장의 선임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개인비리 의혹을 밝혀내 기소하면서 국정원에 대한 예리한 칼날을 들이 밀고 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과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신(新)매카시즘'이라며 국정원의 종북관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최근에 채 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해 수사결과 은폐 의혹이 불거지자 일축하며 "국정원 사건 공판에서 흔들림 없이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까닭에 정계 쪽에서는 국정원 개혁 사안과 맞물려 검찰을 통한 국정원 정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국정원으로서는 현재의 검찰이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이번 '혼외자' 의혹의 배후설이 나오면서 국정원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검찰이 불편한 것은 경찰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돼 실형을 선고 받은 데다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대선개입'에 의한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이 터지면서 수십명의 전·현직 부패 경찰관들이 기소됐고, 뇌물수수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 윤모씨에 대해 검찰이 일곱차례에 걸쳐서 되돌려 보내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자기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전 서장의 동생은 현재 검찰 중견간부로 활동 하고 있다.
 
또 오래도록 앙금이 쌓여 온 검경 수사권 분배 문제는 별반 진척이 없는데다가 최근 기소된 '고위층 성접대 로비'사건에서 김학의 차관에 대한 구속여부와 혐의 적용을 두고도 검찰과 경찰은 서로 각을 높게 세웠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도 검찰이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검찰은 이미 청와대와 여권의 눈 밖에 났다는 소리도 들린다. 검찰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국정원 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당과 박근혜정부의 정당성에 흠이 나고 있다.
 
원 전 원장의 구속수사와 혐의적용을 두고도 검찰과 법무부가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 다시 말해 박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이 배척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서는 달리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인사면에서 낙제점을 받은 박 대통령이 유일하게 성공한 인사가 바로 채 총장이라는 평가가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채 총장 취임과 함께 재벌기업 총수들에 대한 대대적 사정, 이명박 정부의 허물인 4대강 사업비리에 대한 수사,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비롯해 서민생활 침해사범에 대한 수사, 원전비리 수사 등이 상당한 성과를 내면서 박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검찰에 던진 숙제를 제대로 풀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한 검찰 간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후가 누구인지는 그 다음 문제"라면서도 "다른 가능성은 몰라도 VIP(박 대통령)로부터 검찰과 채 총장이 신임을 잃었다는 추측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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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