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이석기 블랙홀, '난민촌 정서' 폭발력 때문"

박근혜 대통령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일독 조언

입력 : 2013-09-10 오후 5:29:25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 음모 사건이 정국을 뒤덮는 원인에 대해 "우리 국민이 지닌 '난민촌 정서'의 폭발력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 마지막 회에서 6.25 전쟁을 거친 뒤의 대한민국은 단순한 분단국가를 넘어 일종의 '난민촌'이 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떻게든 먹고 살면서 북의 침략 위협에서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난민촌 대한민국'의 목표였다"면서 "물론 오늘의 대한민국은 '난민촌'이 아니나 그때 만들어진 '난민촌 정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봤다.
 
유 전 장관은 "남북관계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은 여럿 있다. 북의 소심하고 경직된 태도와 호전적인 언어습관, 핵실험이나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행위가 그런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심각한 걸림돌은 '난민촌 정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서는 북에 대한 두려움, 증오심, 혐오감, 복수심과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북이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난민촌 정서'가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불거진 이석기 의원 등의 소위 '내란 음모 사건'이 모든 이슈를 삼키는 정치적 블랙홀이 된 것도 근본적으로는 우리 국민이 지닌 '난민촌 정서'의 폭발력 때문이라고 나는 판단한다"고 썼다.
 
유 전 장관은 또한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공개는 기본적으로 감정과 충동의 산물이었다"면서 "처음에는 대선에서 이익을 얻으려고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내용을 누설했다. 그 다음에는 여론조작과 선거개입 행위에 대한 국민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국정원이 대화록 발췌본과 전문을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치인들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정치적 이해타산 때문에 대화록을 누설하고 공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면서 "그런 행위를 한 배경에는 북에 대한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놓여 있다. 대화록에 나와 있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대중의 반응 역시 이성적·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 충동적인 면이 크다. 사람들은 전문을 차분하게 읽으면서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보다는 언론보도의 제목과 발췌된 몇몇 문장을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피와 죽음으로 지킨 NLL'이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맞다. 사실이다. 그걸 누가 모른단 말인가. 그러나 대통령의 임무는 NLL을 지키는 일에 계속해서 피와 죽음을 바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더는 그럴 필요가 없도록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대통령이 맡은 헌법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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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