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유일한 타개책으로 보고 올해 4500억 달러의 수출목표를 달성하겠다던 정부의 목표가 새해 첫 달을 넘기면서부터 실현 가능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교역의 위축 정도가 지난해 말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다 설상 가상으로 수출 전선에 나선 국내 기업들의 다수가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줄고 교역조건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기 때문이다.
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WEO)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0.5%로 대폭 내리면서 세계 교역이 지난해보다 2.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IMF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예측치보다 4.8%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며, 지난해 12월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교역이 27년만에 처음 감소할 것이라며 내놓은 전망치(-2.1%)보다 더 악화된 것이다.
주요 수출대상지역의 수입 전망에서도 IMF는 선진국의 경우 작년보다 3.1% 줄어드는 것은 물론, 한국의 핵심 수출대상국으로 부상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수입마저 2.2%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말 올해 수출 전망치를 지난해(4천220억700만 달러)보다 1% 가량 늘어난 4천270억 달러로 추정하면서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4천5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선진국도 개도국도 팔 곳이 마땅치 않은 상태라 목표는 물론 전망치조차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목표를 만드는 정부 당국이 아니라 실제 수출을 담당하는 기업들의 '체감 무역경기'는 국제경제기구들의 전망치보다 더욱 심각하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802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29일 게재한 '우리 기업의 금년도 수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60.5%는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수출액이 아닌 물량기준으로도 57.8%의 응답기업이 '줄어들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수출단가도 '하락한다'는 답이 56.4%로 절반을 웃돌았다.
특히 조사대상 기업의 61.2%는 수출 감소의 이유로 '수출대상국 경기침체에 따른 수입수요 위축'을 꼽아 판로 개척이 어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제시된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의 수정 경제전망치 역시 -6.9%(금융연구원)∼-17.4%(한국개발연구원) 등 상당폭 감소 전망 일색이어서 수출을 늘리기는 커녕 현상 유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 전망치를 토대로 경제정책을 운용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출이 중요한 시점이지만 정부가 아직 유지하고 있는 목표는 '경영전략'일 수 있어도 정책이 되기는 힘든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