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언주(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해훈기자)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최근 유통 대기업이 새로운 형태로 선보이고 있는 상품공급점이 골목상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마련됐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전국을살리기비대위 등은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상품공급점의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언주 의원은 "이미 과포화 상태인 대형마트는 최근 변종 SSM인 상품공급점을 공격적으로 출점시키고 있다"며 "이는 대형마트와 SSM이 기존 규제로 진출이 어렵게 되자 법의 맹점을 악용한 대기업의 변종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상품공급점은 개인사업장으로 분류돼 SSM(준대규모점포)처럼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에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청의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상품공급점은 전국적으로 610여개에 이른다.
매장의 규모도 일반 슈퍼마켓보다 훨씬 큰 1000㎡(약 300평)가 넘는 곳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가 심한 광주 지역 중소상인들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상품공급점이 변종 SSM 가맹사업임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언주 의원은 "최근 늘고 있는 상품공급점으로 인해 골목슈퍼, 편의점 등 소매점이 폐점하고, 소매점에 상품을 납품하는 대리점 도매상의 몰락도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역의 소매업과 중소 도매업의 생존권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상품공급점에 관해 '대규모점포를 경영하는 회사 또는 계열사가 독점적 상품 공급과 해당 회사의 상호가 포함된 간판 사용 등을 내용으로 계약을 맺어 사실상 지배하는 점포'로 규정하고 준대규모점포에 포함해 규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역상권과 중소 유통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준대규모점포에 대한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고, 한 달에 2회인 의무휴업일을 4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의원은 "유통산업발전법의 취지는 골목상권을 대기업의 확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허점을 교묘히 악용해 법의 취지를 폄훼하고 있다"며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제하기 이전에 문어발식 확장을 자제하고, 양심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상품공급점 하나가 생기면 일대의 슈퍼마켓 10여개가 문을 닫고, 슈퍼마켓에 물건을 공급하는 40개~50개에 달하는 도매상도 궤멸한다"며 "이번에 상품공급점을 규제하는 법안이 당장 통과되지 않으면 전국 7만여개 중소 도매업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병규 인천도매유통연합회 사무국장은 현재 19개 정도의 상품공급점이 들어선 인천 지역의 피해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남동구, 연수구 등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들어오면서 40%~50%로 가격을 인하하다보니 기존 도매업자는 경쟁력에 밀려서 소매점 납품을 중단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소매업과 도매업이 모두 망하고 대기업의 독점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