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 항소심 징역 2년..법정구속은 피해(종합)

1심 무죄서 판결 뒤집혀.."납득할 수 없다..상고할 것"

입력 : 2013-09-16 오후 4:26:46
◇한명숙 전 총리가 16일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0여만원을 선고받은 뒤 취재진에게 "납득할 수 없다"며 상고의사를 밝히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69)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현직 국회의원인 점과 1심과의 판단이 달라진 점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은 면했다. 한 전 총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상고할 뜻을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합의6부(재판장 정형식)는 16일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여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달리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냈다'는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53)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만호는 피고인 한명숙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3억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며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며 "돈을 주지 않았다면 서운한 감정을 가지거나 3억원 반환을 요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한만호가 검찰에서 진술하게 된 데는 검찰이 한신건영 직원 등을 조사하면 사실을 숨길 수 없었으리라고 생각한 것도 중요한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씨와 한 전 총리의 관계가 돈을 주고받을 정도의 사이가 아니었다는 1심 판단도 뒤집었다.
 
재판부는 "한씨의 건물에 공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한명숙이 종친임을 고려하면 한만호가 피고인에게 혜택을 준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근거로 삼은 부분은 한씨의 아버지가 검찰 조사에서 '2004년 종친회에서 한 전 총리에게 사무실을 임대해달라는 식으로 연락을 받고 임대를 해줬다. 보즘금 3000만원을 받았는데 시세는 1억원으로 기억한다. 한 전 총리가 잘되면 우리에게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대목이다.
 
또 "피고인 한명숙은 2006년 12월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등과 한만호를 총리 공관에 초대했는데, 백 회장이 한만호를 알지 못한 점과 프라임그룹과 한신건영의 규모 등에 비춰 피고인 한명숙과 한만호 사이의 친분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동생 한모씨가 1억원권 수표를 사용한 사실도 유죄의 증거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만호가 발행한 1억원권 수표를 피고인의 동생이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공생과 한만호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이며, 피고인은 동생이 1억원을 보유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 한명숙은 대선후보 당내 경선에서 한만호로부터 9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지위와 목적, 경위, 액수의 규모에 비춰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명백하게 인정되는 점마저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그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자신의 직원이었던 공동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보여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의 판단이 달라진 점과 한 전 총리가 현직 국회의원인 점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시키지 않았다.
 
이와 함께 한 전 총리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비서관 김모씨는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34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한 전 총리는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법리적이 아닌 정치적 판결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상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MB(이명박) 정부 하에서 정치적 의도로 만들어진 사건인데 MB 정부에서도(1심) 무죄를 받았다"며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무죄가 유죄로 둔갑했다. 참으로 유감이다"고 말했다.
 
또 "나는 당당하고 떳떳하고 결백하다. 돈 받은 적 없다. 상고심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씨(53)로부터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비용 지원 명목으로 세차례에 걸쳐 미화 32만7500여달러와 현금 4억8000여만원,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1장 등 9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2011년 10월 "한씨의 검찰 진술은 객관적인 사실과 맞지 않고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한 뒤 원심과 같이 징역 4년에 추징금 5억8000만원, 미화 32만7500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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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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