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구조조정, 장기적으로 OCI에게는 '독'

입력 : 2013-09-23 오후 5:48:16
◇서울시 중구 소공동 OCI 본사 모습.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중국 정부가 최근 태양광 정책을 새로이 짜면서 중국과 OCI의 동반자적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내 중소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폴리실리콘 공급가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OCI의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망대로 장기적 흐름이 현실화될 경우 OCI의 중국 폴리실리콘 시장 내 입지는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그간 OCI는 막강한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시장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지난 2일 중국으로부터 비보가 흘러들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발표한 보조금 정책은 경쟁력 있는 업체들은 살리고, 경쟁력을 상실한 일정 규모 이하의 업체들에 대해선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신규증설 프로젝트 자본금 비율은 최저 20%에 달해야 하고, 매년 연구개발과 제품개선 등에 투입하는 비용은 전체 매출액의 3% 또는 1000만 위안보다 낮아서는 안 된다. 연간생산 규모는 폴리실리콘이 3000톤 이상, 잉곳 1000만톤 이상, 웨이퍼 5000만장 이상이 되야 한다는 요건이다.
 
이 조치가 실행되면 중국에 난립한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소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시장에 푸는 저가 폴리실리콘이 사라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업계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세를 타게 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아직까지 중국 업체들은 OCI 만큼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하지 못해 중국에게는 여전히 OCI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에 따른 가격 상승분은 고스란히 OCI의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인 셈.
 
때문에 지난 7월 발표한 반덤핌 판정에서도 OCI는 2.4%의 낮은 관세율을 부과받을 수 있었다. 이는 당분간은 중국이 OCI를 동반자로 여기고 함께 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런 우호적 관계가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 단계에서 OCI는 중국에게 필요한 존재지만, 자국내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완료되면 OCI는 이들의 경쟁자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OCI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 특히 폴리실리콘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비중이 축소되는 만큼 다른 국가에서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또 경쟁력을 갖춘 중국업체와 다시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이중고에 맞딱뜨릴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OCI와 중국이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게 된 시기에는 중국시장과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부상이 생각보다 더딜 가능성도 있다. 중국 업체들의 최대 무기인 저렴한 인건비가 폴리실리콘 업계에게는 큰 장점이 아니다. 폴리실리콘 원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전기료로, 이에 대한 보조 없이는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또 이미 연간 4만톤 가량의 생산량을 갖춘 OCI의 규모의 경제를 따라오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의 경우 연산 1만톤 이상의 생산량을 갖춰야만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중국에서 현재 1만톤 이상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소수에 불과해 원가 경쟁력에 있어 아직 OCI를 따라오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만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의 부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OCI와 중국의 '적과의 동침'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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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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