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 정치권이 2014회계연도(10월1일~내년 9월30일)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지 못하며 셧다운 즉 연방정부 폐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 의회에서 오는 30일(현지시각)까지 잠정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미 정부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1995년 12월 이후 7년만에 폐쇄 사태를 맞게 된다.
◇'오바마케어' 대립..핑퐁의회 지속
갈등의 핵심은 일명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이다.
오바마케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정책으로, 오는 2014년까지 미국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공화당이 이끌고 있는 하원은 현지시각 지난 20일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모두 삭제한 예산안을 통과시켜 상원에 넘겼다. 하지만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은 지난 27일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모두 되살린 잠정예산안을 다시 하원에 넘겼다. 이에대해 하원은 또 다시 지난 29일 오바마케어를 1년간 연기하는 내용의 잠정예산안을 가결시켜 다시 상원에 보냈다.
정부폐쇄를 막기 위해서는 미 의회가 30일까지 잠정예산안에 합의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은 하원에서 통과시킨 잠정예산안을 상원에서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백악관도 오바마케어를 연기하는 내용의 잠정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해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은 예산안 처리 시한을 몇시간 남기지 않은 30일 오후에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혀 정부 폐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자정이 임박한 시점이나 다음달 1일 새벽에 한달 이내의 조단기 예산안을 임시방편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막판 대치하고 있는 여야는 직원 50명 이상인 고용주의 건강보험 제공 조항을 유예하는 것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폐쇄시 연방공무원 100만명 업무중단
주요 외신들은 미 정부가 폐쇄사태를 맞게 되면 최소 70만명에서 최대 100만명 가량의 연방공무원이 무급휴가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체 연방공무원의 3분의1에서 많게는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지난 1995년 정부폐쇄 때에는 약 80만명의 연방공무원이 무급휴가 상태를 겪은 바 있다.
연방공무원들이 휴가상태에 돌입하면 국립공원이나 국립박물관 등 국가 시설도 잠정적으로 폐쇄된다. 하지만 국가경비나 해외파병 군인의 근무 등 국방이나 치안을 위한 업무나 항공교통관제 및 교도관 등 필수업무는 지속된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각종 경제지표도 발표도 중단된다. 셧다운이 이뤄질 경우 우선 다음달 4일로 예정돼 있는 고용지표부터 발표되지 않으며 미 연준(Fed)의 출구전략 시기조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IPO업무도 중단돼 일부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차질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에릭 젠슨 쿨레이 로펌 파트너는 "SEC가 업무를 중단할 경우 기업들의 자본 확충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美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정부폐쇄시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마크 잰디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3~4주가량 폐쇄될 경우 4분기 경제성장률이 1.4%로 떨어질 수 있다"며 "반면 정부폐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4분기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다음달 1일부터 2주동안 정부폐쇄가 이뤄질 경우에는 경제성장률이 0.3% 떨어져 연간 경제성장률은 2.3%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연방정부 공무원 등의 임금지급이 중단되면서 가계의 소비위축도 전망되고 있다. 가계소비는 미국 경제의 70%의 차지할 정도로 미국 경제의 핵심 부문이다.
버나드 바움몰 이코노믹 아웃룩 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폐쇄로 인한 불확실성이 소비자와 기업의 소비·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각종 지출은 연기하게 만드는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폐쇄가 금융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76년 이후 이뤄진 17차례의 연방정부 폐쇄 중 폐쇄가 10일 이상 지속된 경우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평균 하락률은 2.5%였고 5일 이하일 경우에는 1.4%였다.
가장 최큰 빌 클린턴 정부시절 정부폐쇄 기간 중에는 오히려 주식시장이 상승하기도 했다.
댄 베루 팰리세이드캐피탈 메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부폐쇄가 발생한다 해도 지금은 유렵과 미국 경제가 안정적이기 때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해도 3~5% 조정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