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긴축정책이 유럽의 빈곤문제를 악화시키고 실업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국제적십자사연맹은 이날 68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내고 "다른 국가들이 경제 회복을 경험하는 동안 유럽의 빈곤율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2009년 말 그리스로부터 촉발된 남유럽권 부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이 단행되면서 빈곤문제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에서 2012년까지 유럽 22개국에서 적십자가 제공하는 구호식량에 의지하는 이들의 비중은 75%나 증가했다.
해외 원조를 위해 모금을 해오던 스페인이 지난해 처음으로 자국민을 돕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고 슬로베니아에서는 최근 몇 달째 봉급이 밀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 급증했다.
실업문제도 심각하다. 유럽연합 27개국 전체 실업자 2600만명 중 일터를 떠난지 1년이 넘은 사람은 1100만명에 달한다. 이는 5년 전 보다 약 두 배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50~64세 노년층 실업은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280만명에서 460만명으로 급증했고 청년 실업자도 유럽 청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7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이처럼 실업문제가 불거지면서 빈곤층이 늘어나자 유럽 내에서 국외 이민자들에 대한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 현상이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적십자사는 빈곤문제는 부채위기를 경험한 남유럽국들과 아일랜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유럽 경제 1위국 독일이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으나, 지난 2008년 이후 고용된 인원 중 절반가량이 저임금, 시간제근무, 유연근무제 등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10년동안 독일 중산층 550만명이 저수입층으로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같은 기간 50만명만이 고수익층에 진입했다.
경제 2위국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2011년 동안 35만명이 빈곤선 밑으로 떨어졌다.
적십자사는 "유럽 경제가 단기간 동안 성장할 수 있으나, 빈곤 문제는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