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2007년 남북정상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소환해 조사할 지 여부가 이번 사건의 핵심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블로그 등을 통해 “검찰의 최근 정상회담 대화록 수사는,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2009년 ‘정치검찰’의 행태를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다”며 “검찰은 언론플레이 대신 묵묵히 수사에만 전념, 수사 결과로만 말해야 한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또 “검찰은 짜맞추기 수사의 들러리로, 죄 없는 실무자들을 소환해 괴롭히지 말고, 나를 소환하라”며 정공법을 폈다.
이 발언이 나온 뒤 검찰은 “따로 할 말이 없다”며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 밝히겠다”면서 대응을 극히 자제했다.
문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참여정부 최고 핵심인사로 이번 수사가 시작되면서 검찰의 핵심 소환 대상자였다.
그러나 검찰은 문 의원을 비롯한 30여명에 달하는 참고인들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국가기록원 압수수색 중간결과만을 가지고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으며, 초안은 삭제됐다고 발표해 격렬한 논란을 일으켰다.
파문이 결국 정쟁의 중심으로 확산되자 중간수사결과 발표 후 단호하던 검찰 태도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검찰은 특히 30여명으로 잡고 있던 소환조사 대상자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검찰 관계자는 “무조건 소환조사할 생각은 없다. 처음 예상보다 많이 줄어들 것 같다”면서 “핵심 관계자들을 조사하다보니까 상당부분은 조사 안 해도 되겠더라. 소환 대상은 10명에서 15명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소환조사를 받은 참여정부 인사들은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 비서관과,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리비서관, 김정호 전 기록관리비서관 등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이관작업에 대한 지시·보고체계와 절차를 지속적으로 확인했으며, 대부분의 비서관들은 문 의원이 기록물 이관작업과 관련해 직접적인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박성수 전 법무비서관 등 참여정부 핵심인사들도 “이관작업은 TF 내에서 이뤄졌고 문 의원은 보고대상이 아니다”며 “총괄적인 책임을 지는 분들은 세세하게 모른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면서 문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성 역시 꺾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을 소환할 경우 본격적인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을 소환조사하게 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당장 ‘야당탄압’이라는 공세를 거세게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만큼 문 의원의 직접 소환조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실무자들을 통해 결정적인 확증이 나올 경우에도 서면조사를 통해 진위를 확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문 의원을 소환조사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런 질문은 자제해달라”며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