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②STX 승부수..강덕수 빈자리를 메워라

강 회장 해외인맥 흡수하고 대외 신뢰도 높여야
조선업 회복세, 강 회장 STX엔진 의장직 유지는 위안

입력 : 2013-10-15 오후 4:30:55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고부가가치가 보장된 해양플랜트를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주력이었던 일반상선에 집중키로 한 STX조선해양(067250)의 최대 과제는 '강덕수 뛰어넘기'로 요약할 수 있다.
 
강덕수 회장은 STX그룹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다년간 직접 수주영업을 지휘하며 그룹을 한때 재계 12위까지 끌어올려 놓은 인물이다.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만에 STX그룹 회장까지 오르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뒤를 잇는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
 
STX그룹은 2001년 출범한 이후 조선과 해운 호황기를 맞으면서 10여년간 매출은 100배, 임직원 수는 900명에서 2011년 6만7000명으로 75배 증가했다. 조선업황 침체와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채권단 관리체제로 편입됐지만 단기간 급속한 성장을 이뤘던 그의 경영력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강 회장의 뒤를 이어 STX조선해양의 새로운 선장이 된 류정형 대표는 선임자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물론 조직 안정화와 구조조정 등 상충되는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서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물론 근간은 실적 개선이다.
 
◇STX 진해조선소(사진=뉴스토마토자료)
 
◇강 회장 해외인맥 흡수하고 대외 신뢰도 높여야
 
조선업계에서는 선박 영업에 있어 가격, 기술, 인맥 등  세 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STX조선해양은 그간 이 세 가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성장을 이뤄왔다.
 
특히 강 회장의 풍부한 해외인맥이 수주활동에 큰 힘이 됐다.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STX다롄 조선소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8년까지 약 3조원을 투자해 완공한 STX다롄은 완공 당시 우리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진출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STX다롄 설립 당시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할 경우 외국자본이 전체 지분의 49%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가 있었다. 그러나 STX다롄은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혜택에 힘입어 자기자본 100%를 들여 STX 소유의 중국 조선소를 설립했다.
 
강 회장과 당시 리커창 부총리의 인연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10월 리커창 부총리 방한 시 총리실 주최 만찬에 한국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강 회장이 채권단의 압박과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금 그의 인맥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가 영업력 회복의 중요한 열쇠가 됐다.
 
이와 함께 STX그룹 부실사태로 하락한 STX조선해양의 대외 신뢰도 향상에도 주력해야 한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기 전까지 STX조선해양은 유동성 문제로 협력사에 기자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선박 생산을 중단했다. 이 여파로 일부 선박의 경우 납기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세계 조선소 4위에 올랐던 STX조선해양의 명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채권단의 요구로 저가로 수주한 일부 물량에 대해 계약해지를 추진하면서 당분간은 대외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무리 채권단이 보증을 선다 해도 무너진 회사에 누가 배 건조를 맡기겠냐"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선업 회복세, 강 회장 STX엔진 의장직 유지는 호재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친환경 고연비 선박에 대한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량이 늘면서 조선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STX조선해양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강 회장이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이 점도 STX조선해양에 일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선박엔진은 선박의 핵심부품으로 선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STX조선해양이 그동안 구축했던 유럽 선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STX엔진 의장으로 있는 강 회장의 후광을 일정 부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 연말까지 한시적이지만 강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STX 대표이사직도 겸하고 있어서 단골 고객들이 일시에 빠져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회장이 STX조선해양에서 손을 뗐지만 조선과 관련이 있는 다른 계열사에는 연결고리가 남아 있어 신임 류 대표 체제가 안착될 때까지 여러모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강 회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채권단도 수긍하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STX엔진 이사회에서 채권단은 강 회장이 STX엔진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하면서 강 회장의 역할을 일부 인정한 바 있다.
 
◇STX조선 "해외영업 살아나면 건조는 자신있다"
 
현재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는 수주물량을 대느라 여념이 없다. 올 상반기 동안 사실상 조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예년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룹의 부실 사태로 계열사가 쪼개지고 주인도 바뀌었지만 STX그룹의 핵심 계열사로서 회생이 결정된 STX조선해양에는 조기 정상화를 위한 열의가 가득하다. 수주만 이뤄지면 생산은 문제 없다는 자신감도 뒷받침됐다.
 
STX조선해양 협력사 관계자는 "회사가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회생한 만큼 조기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일단 수주만 하면 생산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STX 진해조선소는 경쟁 조선소에 비해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높고 진수기간도 짧은 편이어서 일감만 지속적으로 공급되면 조기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STX조선해양은 신임 대표 취임 직후 조직 개편을 완료한 데 이어 일반 상선에 주력하겠다는 방향도 설정했다. 제반 준비를 마치고 출항만을 앞두고 있다. 짧은 시간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만 않으면 된다.
 
답은 스스로 쥐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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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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