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노조'나 '파업'에 관한 세간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노조가 정부 정책이나 입법 사항에 입장을 밝히면 정치파업 한다고 비난을 하고, 임금 인상이나 복지 향상을 이야기 하면 밥그릇 갖고 싸운다고 손가락질한다. 정치파업도, 합법파업도 안 된다면 뭘 어쩌란 말일까?
교원이나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에 대해선 한층 더 인색한 시각이 나타난다. "교사가 어떻게 노동자와 같냐"는 그 단단한 편견 때문에 아직도 이들에겐 '노동3권' 가운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허용돼 있다. 무엇보다 교원이나 공무원 노조의 사회적 발언은 그 자체로 대단히 불온한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최근 합법노조 지위를 상실한 전교조 사태 역시 본질은 교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은 정치권력과 보수세력의 속내에 맞닿아 있다. 정부는 시간을 둬 가며 '전교조 규약 개정'이란 똑같은 시정 명령을 세 번이나 내렸기 때문에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지만, 수년 전 시정명령이 처음 나온 시점과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이게 핑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의 궁색한 해명 보다는 지난 2005년 전교조를 가리켜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수 있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을 간명하게 읽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노동자의 변호사들>은 상반기 발간된 책으로 신간은 아니지만 뒤늦게라도 챙겨볼 이유가 충분하다.
이 책에는 전교조 시국 선언 사건을 위시해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 집단 해고 사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해고 사건, 언론노조 파업 등 모두 10건을 헤아리는 굵직한 노동사건의 쟁점과 법정 분투기가 지루하지 않은 분량에 요령 있게 담겼다.
각 사건이 함의하는 문제의식은 심도 깊고 묵직하지만 이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를 술술 읽히도록 기술한 게 이 책의 강점이다.
책을 쓴 르포작가 오준호 씨는 현장의 인터뷰를 거치며 노동운동을 불온시하는 것만큼 동정하는 것 역시 위험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밝혀놨다.
만약 그런 시각에 머무른다면 노동자의 요구는 보편적 차원의 노동기본권이 아니라 가난한 집단의 처지를 좀 개선해주자는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금이 조금 오르고 복지가 살짝 나아지는 정도의 물질적 개선에만 관심을 갖게 되면 저임금 노동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런 맥락에서 홍익대 투쟁을 이끈 이숙희 분회장의 말을 곱씹을 만하다.
"우리가 가엾어서 그랬을까요. 관리자들 때문에 힘들긴 했어도 우리가 불쌍하다 이런 건 잘 못 느꼈는데 뉴스에서는 그런 투로 나오더라고요. 물론 우리 중에서도 여기서 번 것만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며느리랑 같이 있기 싫어서 오는 사람도 있어요. 청소하는 사람은 가난하고 핍박받고 그런 이미지가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너무 그렇게만 비추는 것도 문제인 거 같아요. 물론 나도 돈이 필요해서 나오지만 안 그런 사람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