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조급증이 위험 투자 부른다

60대 이상 주식투자 급증세..저금리 기조에 조급증도 커져

입력 : 2013-10-28 오후 3:17:00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 60대 초반인 A씨는 얼마 전 크게 돈을 날렸다. 특정 종목에 투자만 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게 화근이었다. 친구들이 주식으로 한밑천 단단히 챙기는 것을 몇 번 봤기 때문에, 문자메시지를 받은 순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주식은 잘 몰랐지만, 왠지 이 종목은 될 것만 같았다. 직접 객장에 가서 아내 몰래 퇴직금 반을 투자했다. 하지만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던 그 주식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상장폐지 돼 휴지조각이 됐다.
 
고령인구의 주식투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투자자의 비중은 전체 투자자의 21.1%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13.2%, 2010년 16.6%, 2011년 17.7%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60세 이상 인구의 보유주식 시가총액도 33.3%로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점유율을 나타냈다. 현재 한국의 개인투자자 평균연령은 47.4세로 특히 60대 이상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속도에 발맞춰, 주식시장 평균 연령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늘어가는 수명, 떨어지는 금리..투자욕구 커져
 
오늘날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1세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이 지난 6월13일 발표한 ‘2012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출생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2045~2050년 88.4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명은 늘어가는 데 반해 금리는 바닥권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3%에서 2.75%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 5월 2.5%로 한번 더 내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늘어가는 수명, 떨어지는 금리. 이제 더 이상 은행 예금만으로는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많은 노인들이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손성동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는 "정말 돈이 많은 대자산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세 시대에 대한 자신이 없다"며 "노인들의 주식투자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1포인트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내야한다는 압박감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치완 한화생명 수석연구원은 "노인들은 퇴직금 등으로 목돈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목돈을 가지고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고 싶어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무릅쓰고라도 주식시장에 뛰어든다"고 말했다.
 
◇고령자 투자 안전 시스템 절실
 
많은 고령자들이 준비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안전 시스템은 전무한 실정이다. 젊은 사람들도 적응하기 힘든 빠르고, 복잡한 투자시장에서 고령자들의 성급한 베팅은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기 쉽다.
 
최근 불거진 동양그룹 사태에서도 상당수의 고령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금융감독원 불완전판매신고센터에 접수된 민원에 따르면 피해자 중 고령자 비율이 19%에 달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주식시장은 자금이 손실되면 회복할 수 있는 기관도, 기회도 없다"며 "현재 고령자들은 고수익만을 기대하고 위험리스크가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이어 "창구에서 상품을 판매할 때 원금 손실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안내 해줘야 한다"며 "고령자들에게 주식 투자에 대한 전반전 교육, 상품에 대한 교육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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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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