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코웨이(021240)가 저가형 정수기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만원대(월 렌탈료 기준) 정수기가 홈쇼핑 채널을 장악하면서 정수기 시장 1인자인 코웨이 입장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할 수만은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29일 "코웨위가 저가의 렌탈 수요를 흡수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수기 분야에서 저가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전했다.
코웨이는 정수기 시장의 5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시장 지배자다. 청호나이스와 동양매직이 추격한다지만 각각 12%, 7%의 시장점유율로, 이들을 합쳐도 코웨이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동양매직을 선두로 쿠쿠전자 등 후발 주자들이 홈쇼핑 채널을 통해 월 렌탈료 1만9900원인 '저가형 정수기'를 내놓으면서 점유율을 급격히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쿠쿠전자는 정수기 시장 진출 3년여만에 누적판매대수 50만대를 기록하면서 의미 있는 추격에 돌입했다. 밥솥시장을 평정한 브랜드력은 정수기 시장에서도 발휘됐다. 쿠쿠는 이를 두고 '2위권 굳히기' 라고 자평했다.
◇코웨이는 최근 한뼘정수기2를 출시했다. (사진제공=코웨이)
동양매직은 모그룹 사태로 주춤하고 있지만 홈쇼핑 정수기 렌탈 방송을 처음으로 시작해 '홈쇼핑 정수기' 돌풍을 일으켰고, 점유율 면에서도 청호나이스의 뒤를 잇고 있다.
렌탈사업은 코웨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핵심사업이다. 그중에서도 정수기는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력' 부대다. 코웨이는 현재 적게는 월 렌탈료 3만원대부터 5~6만원대까지 고가 위주의 정수기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렌탈 등록비와 기타 프로모션 등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등 정수기 업계의 선발주자들은 '역삼투압 방식'을 채택, 최근 중공사막 방식을 채택한 후발주자들 가격대보다 높은 편이다. 특유의 방문판매 방식도 렌탈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 중 하나다.
코웨이가 이러한 상황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 업체들이 정수기 라인업을 기반으로 생활가전 업계에 브랜드 인지도와 영향력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웨이가 생활가전 분야에서 1위 사업자라지만 이들의 영향력이나 점유율이 더 커지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는 이유다.
쿠쿠전자의 경우 밥솥 시장에서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수기 시장에 진입했고, 제습기나 에어워셔, 비데 등을 갖춰 코웨이와 상당부분 유사한 상품군을 갖추고 있다. 동양매직 역시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 등 주방가전을 발판으로 정수기와 제습기, 공기청정기 등 비슷한 제품군을 내놓고 있다.
코웨이 정수기 중 만원대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월 렌탈료 1만8900원의 정수기가 있지만 이 제품은 홈쇼핑용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코웨이는 홈쇼핑 방송제품의 경우 홈쇼핑용으로 자체 제작하거나 별도의 제품을 만들어 내놓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정수기가 홈쇼핑에서 판매될 경우 시중과 동일한 가격정책을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정수기 판매가 잘 되는 상황에 대해 귀를 닫을 수만은 없는 상황은 맞다"면서 "코웨이는 이미 방판 인력(코디)이 있어, 만원대의 정수기 라인업을 많이 늘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일부 저가형 제품 추가 등 라인업을 추가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웨이 관계자는 "저가시장 진출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하락하는 피해에 대한 우려가 짙었다. 그렇다고 후발주자들의 약진을 마냥 두고볼 수만은 없다. 코웨이가 딜레마에 빠졌다.